김필수의 Clean Car Talk

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산업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발족했다. 컨트롤타워로 삼아 제대로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상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무인차인데, 이 위원회에 자동차 전문가가 빠졌다.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는 자동차 전문가가 없다.[사진=뉴시스]

4차 산업혁명.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단어다. 모든 국가가 예외 없이 대응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적폐를 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혁신 패러다임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10월에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했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4차 산업혁명 자체가 많은 법ㆍ규제를 바꾸거나 신설해야 하는 작업이 필수라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인공지능(AI)과 드론, 빅데이터 등 주요 신산업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부처간 칸막이를 허물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처별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이 위원회의 책임은 막중하다. 우리 산업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다. 우리는 그간 수많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얼개나 로드맵 없이 운영되면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던 걸 봐왔다. 그럴듯하게 포장만 하고 정권유지 및 거수기 역할만 하거나 흉내만 내다가 사라진 위원회가 대부분이다. 뚜렷한 성과 없이 예산만 축낸다는 지적을 받는 곳도 많았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도 출범과 동시에 잡음이 있었다. 총리급으로 거론되던 위원장이 장관급으로 내려가고 참여 부처도 대다수 부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4개 부처로 축소됐다. 조직이 쪼그라들고, 정부가 주도하겠다고 했던 위원회 성격은 ‘민간주도형’으로 출범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 중 자동차 관련 인사가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핵심 분야를 다루는 데 전문가가 없다면 실패할 게 뻔하다.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 산업의 관계는 그만큼 밀접하다.

미래 자동차는 단순한 수송수단이 아니다. 움직이는 생활공간이다.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은 이미 도달한 차들로부터 전달받고, 주유소에 들러 기름값이나 세차비를 계산할 때는 자동차가 신용카드 역할을 한다. 자동차가 집과 사무실, 나아가 도시생활까지 연결할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무인차 개발로 불붙기 시작한 기술 경쟁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 모두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이르면 2020년쯤 도로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상용화 시점에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경쟁 업체들보다 뒤처질 경우 수출과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은 지금도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로 진입한 자랑스러운 영역이기도 하다.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 우리나라 5개 완성차 기업에는 5000여개의 협력사가 포진하고 있고, 여기에 종사하는 인원은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애프터마켓 산업까지 포함하면 전체 산업에서 10명 중 3명은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그간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보다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미국엔 도로교통안전국, 독일엔 연방자동차청, 영국엔 자동차산업청 등이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 자동차 관련 인사가 빠진 것도 실망이 크다. 부디 자동차 전문 인사를 충원하길 바란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말뿐인 위원회로 전락하는 건 우리 경제에도 비극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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