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신혼부부 재무설계

여기 맞벌이 부부가 있다. 판교에 있는 회사에 다닌다. 그런데 이 부부는 강남에 살기를 고집한다. 회사에서 가깝고 통근버스가 운영되는 좋은 집이 있음에도 외면한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이런 답이 되돌아왔다. “생활 편의성 때문에 강남이 좋아요.” 그러면서 가계부를 알차게 꾸미고 싶다는 맞벌이 부부. 무얼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의 ‘실전재테크 Lab’ 1편 제1강의 문을 연다.

▲ 맞벌이 부부의 재정문제는 ‘같이 벌고 있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김찬희(가명ㆍ32)씨와 박가람(가명ㆍ35)씨는 결혼 8개월 차의 신혼부부다. 연상연하 커플인 부부는 같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판교에 있는 중소기업 마케팅 부서와 구매부서에서 각각 일하는 부부의 세후歲後 월 소득은 570만원. 남편인 김씨가 250만원, 아내 박씨가 320만원을 번다. 둘이 합쳐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변변한 적금 하나 들지 못했다. 이 부부가 재무상담을 신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씨 부부의 첫번째 재무 상담이 이뤄진 건 8월 17일. 이 자리에선 부부의 재무, 소비습관, 현금흐름, 재무목표 등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부부의 재무설계 목적의 1순위는 ‘인생을 즐기자’였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부부의 지출내역은 안정적인 미래 준비보다는 소비와 여행에 맞춰져 있었다.

김씨 부부의 지출 내역을 살펴보자. 언급했듯 부부의 월 소득은 570만원. 관리비와 세금 등으로 25만원, 월세로 150만원을 지출한다. 통신비(15만원), 교통비(20만원), 생활비(70만원), 용돈(70만원ㆍ각각 35만원), 외식비(30만원) 등으론 380만원을 사용한다. 비정기 지출로는 경조사비 20만원, 의류ㆍ미용비 40만원, 자동차 관리비 20만원, 여행비 60만원 등 월 14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금융상품으로는 보장성보험(월 44만원)이 전부였다. 그 결과, 부부의 잉여자금은 6만원에 불과했다.

 

맞벌이 부부는 신혼초기 씀씀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김씨 부부는 좀 심했다. 과소비를 넘어 낭비를 하고 있었다. 한달에 150만원에 달하는 월세가 문제였다. 김씨 부부의 신혼집은 강남에 있는 오피스텔(보증금 2000만원). 직장이 있는 판교에 있었음에도 강남을 택한 건 생활 편의성 때문이었다.

김씨는 “부모님이 투자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입주할 계획을 갖고 있어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완공될지 모르는 지역주택조합만 믿고 비싼 월세를 내면서 살고 있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두번째 상담은 열흘 후인 8월 27일에 이뤄졌다. 2차 상담의 목적은 과한 지출을 조정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주거 문제에 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김씨 부부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강남을 고집했다. 필자는 “주거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무상담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다행히 김씨 부부가 이를 받아들여 상담이 진행됐다.

김씨 부부는 회사에서 가깝고 통근버스가 운영되는 경기도 성남시 모란역 인근에 2억4000만원의 전셋집(오피스텔)을 구했다. 전세자금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는 기간 김씨 부부에게 한가지 숙제를 줬다. 지출 내역을 스스로 고민하고 줄이는 지출 계획표를 작성해보라는 것이다.

한달 후인 세번째 상담에서 확인한 김씨 부부의 지출계획표는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김씨 부부는 생활비(10만원), 외식비(10만원), 여행비(10만원), 용돈(10만원) 등 총 40만원을 줄인 지출계획표를 제출했다. 여기에 전셋집 마련으로 아낀 월세 150만원을 더하면 190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 이렇게 생긴 여유자금은 모두 적금을 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필자는 “더 줄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임신과 출산, 이후의 육아, 갑작스러운 이직 등 준비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과 육아로 김씨가 외벌이를 하게 돼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 경우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더구나 아내 박씨의 월급이 김씨보다 70만원이나 많아 대비가 필요하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아끼고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김씨는 이전 보증금(2000만원)을 이용해 도배(100만원), 가구 구입(200만원), 가전제품 교체(250만원), 전세보증보험(150만원) 등 700만원을 지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계의 재무상황을 개선을 위한 재무상황에서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필요한 지출인지 펴보고, 꼭 필요하다면 여유자금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조금 괜찮아졌다는 안일한 마음을 먹으면 지출구조는 다시 악화될 수 있다.

게다가 저금리시기에 190만원이라는 목돈을 적금으로만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월 44만에 달하는 보장성 보험이 제대로 된 보험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지출구조의 추가적인 개선 작업과 함께 이사를 이유로 계획한 지출, 금융상품 가입 등에 본격적인 재무설계에 관한 상담이 이뤄졌다. 김씨 부부의 바뀐 재무구조와 재테크 방법은 다음편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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