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정말 괜찮나

화장품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끝을 보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화장품 업계가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0년 중국을 강타한 한류 열풍에 힘입어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급성장했지만 더이상 중국에 기대선 안 된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 화장품의 갈길을 조명했다.
▲ 사드 여파로 올해 상반기 화장품 업체의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감소했다.[사진=뉴시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광군제光棍節가 열린 지난 11일, 중국 최대 온라인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에는 한국 연예인 전지현이 제품 모델로 등장했다. 업계에선 이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해빙모드의 시그널로 풀이했다.
 
한한령限韓令 해제를 가장 반기는 이들 중 한곳은 화장품 업계다. 지난 3월 이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의 2분기 면세점 매출액은 2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도 같은 기간 35% 줄어든 236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토니모리ㆍ잇츠한불ㆍ클리오 등 15개 중소업체의 상반기 매출액은 7160억원으로 전년 동기(7650억원) 대비 7%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24% 감소했다. 
 
수출 면에서는 선방했지만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사드 보복 조치 후 중국 세관의 통관절차 지연, 현지 마케팅 축소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23억 달러(약 2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16년 상반기 성장률 38.4%에 못미치는 수치다.
 
 
이는 ‘돌아온 유커’에 숨은 함의含意가 상당히 크다는 걸 잘 보여준다. ‘돌아온 유커’에 취했다간 ‘떠난 유커’에 뒤통수를 맞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장품의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화장품 수출 국가별 비중은 중국이 36%로 가장 높다. 이어 홍콩(31%), 미국(9%), 일본(5%) 순이다.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사드 이전부터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동남아시아, 미주, 유럽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2010년 중국에 분 한류 열풍과 함께 높아진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리스크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중국 내 한류열풍이 점차 사그라드는 조짐”이라면서 “사드보복 조치는 일단락됐지만 과거 분위기를 100% 회복할 거란 보장은 없지 않냐”고 말했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로컬 브랜드ㆍ해외 고가브랜드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더이상 ‘Ma de in Korea’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시장을 다변화하고, 제품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1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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