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윌이 소송을 멈추지 않는 이유

민사소송, 원고 패소, 항소, 형사고발, 항소 기각, 불기소, 상고, 민사소송. 1년6개월 동안 한 기업과 개인 사이에서 벌어진 소송이다. 기업은 소訴를 걸 때마다 번번이 패했지만 소송을 멈추지 않았다. 이 기업은 교육업체 에듀윌, 소송을 당한 이는 전 에듀윌 고객센터 총괄부장 방정철씨다. 소송 이유는 에듀윌을 퇴사한 방씨가 ‘영업비밀 보안 서약서’를 위배했다는 거다. 문제는 에듀윌이 퇴사 직원에 소송을 건 게 숱하게 많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방정철씨를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방씨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방정철씨는 에듀윌이 반복적으로 소송을 하는 목적이 퇴사한 직원들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교육기업 에듀윌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오너인 양형남 전 대표(현 사회공헌위원회장)가 성추행 혐의로 법정 구속돼 자리에서 물러나더니, 이번엔 퇴사한 직원과 1년6개월째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도마에 올랐다. 에듀윌은 “그가 동종업계로 회사 직원들을 빼가서 피해가 크다” “비방글을 올려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소송을 당한 직원은 “소송을 무기로 삼아 퇴사한 직원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누가 진실의 혀를 깨물고 있을까.

사건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듀윌은 2016년 6월 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전 고객센터 총괄부장 방정철씨를 상대로 3000만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12월 15일부터 2016년 4월 30일까지 에듀윌에서 근무한 방씨가 입사할 때 서명한 ‘영업비밀 보안 서약서’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에듀윌의 주장은 이렇다. 첫째, 방씨가 회사를 퇴직한 후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로 이직(전직금지의무 위반)했다. 둘째, 회사의 영업비밀인 고객센터 시스템 정보(특히 아웃바운드 TM 영업)를 경쟁업체에 제공(내부정보 제공 금지의무 위반)했다. 셋째, 에듀윌의 고객센터 직원 8명을 이직(임직원 스카우트 금지 위반)시켰다. 에듀윌은 방씨가 이 세가지 서약을 위반했으므로 약정서에서 정한 손해배상액 3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씨는 반박했다. “에듀윌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아웃바운드 TM 영업(전화를 걸어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 기법)’은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영업 기법인데다 시스템보다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성과가 나타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직원을 빼갔다는 주장에 대해선 “평소 연락하고 지내던 직원들이 퇴사 후 다른 회사를 물색하던 중 연결이 돼 함께 일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지난 2월 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단독(이예슬 판사)은 에듀윌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경업競業금지약정이 존재하더라도 피고용자 입장에선 체결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이 약정은 헌법상에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무효라고 봐야 한다. 원고 회사의 고객센터 시스템 정보를 활용해 다른 업체 고객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했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스카우트와 관련해선 “이직을 제안한 적은 있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회사를 퇴사해 새로운 업체로 이직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에듀윌은 대법원에 상고했다.[사진=뉴시스]

에듀일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한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면서 기각(10월 20일)했다. 그러자 에듀윌이 다시 “우리가 증거로 제시한 자료들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11월 6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에듀윌 측은 “아무 이유없이 우리가 먼저 공격하거나 소송을 걸진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듀윌이 퇴사한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 방씨가 처음이 아니다. 더스쿠프(The SCOOP)의 취재 결과, 최근 3년간(선고일 기준) 에듀윌이 퇴사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 방씨를 빼고도 4건이 더 있다. 청구 사유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선 같다. ‘영업비밀 보안 서약서 위반’, 동종업체로 이직한 걸 문제 삼은 거다.

사례를 살펴보자. A씨는 2002년 5월 입사해 2014년 2월까지 10년 넘게 에듀윌에서 근무했다. 퇴사 3개월 후엔 검정고시 온라인 교육서비스 제공업체로 이직했다. B씨는 2009년 8월부터 2014년 5월까지 근무했고, 그해 12월 부동산 중개실무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회사로 이직했다. A씨와 B씨는 모두 에듀윌으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동종업체에 취업했다’는 게 이유다. 결과는 모두 원고 ‘패’였다. 그렇다면 에듀윌은 왜 소송을 걸 때마다 패소하면서도 반복적으로 소訴를 거는 걸까.

에듀윌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는 보이지 않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내용? 그게 뭘까. 회사 측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있어 함부로 밝힐 수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뻔히 질 줄 알면서도 소송을 거는 게 혹시 방씨가 말한 “소송을 퇴사 직원을 괴롭히는 무기로 악용하고 있다”는 그 이유는 아닐까. 1년6개월째 에듀윌과 싸우고 있는 방씨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방씨가 언론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에듀윌이 소송을 제기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게 언젠가.
“2016년 6월 중순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아내가 난리가 났다. ‘도대체 밖에서 뭐하고 다니냐’ ‘왜 법원에서 이런 게 오냐’며 화를 냈다. 우편물을 보고 그때 처음 알았다.”

✚ 기분이 어땠나.
“무슨 일인가 싶었다. 살면서 소송이라는 걸 당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순식간에 죄 지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 1심에서 승소했다.
“올해 2월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기뻤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를 법정에서, 그것도 상대 측 증인으로 만나는 과정은 힘들고 괴로웠다. 승소 판결 후 지인들이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라’며 격려해주기에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다.”

✚ 그런데 에듀윌이 항소를 했다.
“억울했다. 교육업계에서 나름 대기업이라고 하는 에듀윌이 개인을 상대로 왜 자꾸 소송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 에듀윌은 고객센터의 핵심인력 8명을 경쟁업체로 빼가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던데.
“1심에서 동종업계로 이직한 것을 문제 삼더니 패소하니까 항소심에선 직원들을 빼갔다고 방향을 틀더라. 2016년 3월말 회사에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4월 30일에 퇴사했다. 그 사이에 회사에 불미스러운 일(양형남 전 대표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다들 동요했다. 더욱이 우리 일이 고객센터 업무 아닌가. 항의 전화와 환불 문의가 빗발쳐 직원들이 힘들어했다.”

✚ 그래서 퇴사 후 스카우트 제의를 했나?

“퇴사 전부터 일상적으로 주고받은 안부다. ‘좋은 데 가 계시면 저도 소개 좀 해주세요’ 그런 거 있지 않나. ‘이참에 다른 회사 알아보자’ 하던 직원들이 먼저 회사를 나와 일하고 있는 나와 연락이 닿은 거였다. 법원에도 당시 메신저 대화들을 증거로 제출했다.”

 

✚ 소송 중에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도 당했던데.
“지난 6월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에듀윌 성추행 사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두 기사를 스크랩해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거의 사용하지도 않는 블로그였다. 그런데 그걸 보고 에듀윌과 양 전 대표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했다.”

끝나지 않는 법정 공방

✚ 결과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리가 됐다. 그런 일들을 겪으며 ‘아, 이런 식으로도 괴롭히는구나’ 생각했다.”

✚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했나?
“그게 아니면 뭐겠나. 소송을 퇴사 직원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게다가 퇴사는 여럿이 했는데 소송은 나만 당했다. 교육업계를 떠나게 하려는 행태가 아니고서야 뭐겠는가. 그들의 목적은 소송에서 이기는 게 아니다. 길게 시간을 끌면서 ‘회사를 나가면 이렇게 괴롭힐 거다’라는 걸 직원들에게 보여주려는 거다.”

✚ 다시 얘기를 돌려 보자. 회사는 왜 그만뒀나.
“나는 줄곧 온라인 영업만 해온 사람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학원업무 경험도 없는 나를 노원학원 원장으로 발령을 냈다.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발령 이유가 뭐였나.
“인사발령이 나기 일주일 전에 인센티브 문제로 잡음이 있었다. 매월 30일에 그달 매출을 정산하고, 그걸 토대로 익월 10일에 급여를 받는다. 그런데 30일에 갑자기 ‘이번달 인센티브를 깎겠다’고 통보하더라. ‘사전공지도 없이 이러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설명을 요구했다.”

✚ 설명은 들었나.
“오히려 대표실로 불려가 ‘회사 결정에 토를 단다’는 질책을 들었다. 거기서 가만히 있었어야 했을까? ‘여기가 정치권도 아닌데 왜 날치기 통과를 하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노원학원으로 발령이 났다.”

✚ 문책성 발령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본사에 두긴 싫은데 실적은 괜찮으니 ‘노원학원 매출을 끌어올리라’는 핑계로 보내버린 것 아니겠는가.”

✚ 그래서 그만 둔건가.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위기도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직원들을 독려해 3개월만에 매출을 전년 대비 150%까지 끌어올렸다.”

✚ 거기선 문제가 없었나.
“본사에서 학원으로 발령이 났는데, 가보니 인센티브 지급 대상에서 빠지더라. 회사 방침에 따른 발령인데 새로 입사한 것으로 계산돼 6개월간 적용이 안 된다는 거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또 따졌다.”

✚ 그랬더니?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자꾸 당신만 그러냐고 하더라. 이런 일들이 자꾸 반복되니까 회의가 들었다.”

▲ 방정철씨는 동료와 후배 누군가도 자신과 똑같은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인터뷰에 나섰다.[사진=천막사진관]
✚ 노원학원엔 얼마나 있었나?
“6개월 있었다. 옮긴 지 6개월이 되니까 이번엔 대방학원으로 가라더라.”

✚ 또 갔나.
“한번은 그렇다 쳐도 두번은 너무 한다 싶었다. 그래서 못 가겠다고, 퇴사하겠다고 했다. 그게 2016년 3월말 얘기다.”

✚ 사전에 얘기가 있었나?
“전혀 없었다. 일방적인 인사발령이었다. 원장 공석으로 관리가 안돼 있던 노원학원 매출을 에듀윌 학원 중 1ㆍ2위 수준으로 올려놓으니 다시 대방학원에 가서 매출을 올리라고 보내려 했던 거다. 직원을 돈의 논리로만 보는 것 같아 더 이상 회사 다닐 이유를 찾지 못했다.”

✚ 주장대로 소송이 괴롭히려는 의도라면, 이번 인터뷰도 충분히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제2, 제3의 방정철이 나올 수도 있다. 이참에 나서서 잘못됐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힘없는 근로자를 반복적인 소송으로 괴롭히는 행위는 분명 잘못됐다. 어디 무서워서 마음대로 이직이나 하겠는가. 그걸 노리는 거다. 여기서 내가 가만히 있으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는 거다.”

“부당함 앞에 침묵할 수 없었다”

더스쿠프 취재 중 방씨 앞으로 두장의 소장이 더 날아왔다. 항소심에서 패한 에듀윌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방씨가 에듀윌을 비방할 목적으로 게시물을 올려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손해배상소송도 새롭게 청구했다. 지난 7월에 형사고발했다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사건이다. 형사에서 패하자 다시 민사로 돌려 소송을 제기한 거다.

에듀윌 측은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긴 했지만 ‘비방의 목적이 추정되긴 한다’는 판단이었다”며 “절대 보복성 소송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의견은 다르다. 이용희 변호사(IBS법률사무소)는 “일반적으론 이런 수순을 절대 밟지 않는다”며 “보복성이 짙어 보이는 소송”이라고 해석했다. 이헌욱 변호사(법무법인 정명)는 “상대방을 반드시 처벌하고 싶을 때 이런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장을 다시 받은 방씨는 이렇게 말했다. “용기를 내 맞서고 있지만 힘겨운 싸움을 끝내기 위해 지금이라도 교육업계를 떠나야 하나 고민이다.” 방씨의 말에 에듀윌이 상식적인 답을 할 때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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