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와 서울시의 이상한 선택

카풀앱의 새 시스템이 규제에 묶였다. 카풀앱을 사실상 24시간 개방한 건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와 국토부 모두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택시업계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 아니냐는 거다. 양측은 “그렇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카풀앱 규제 과정을 역으로 추적해보면, 정치적 결정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카풀앱 논란을 역추적했다.

▲ 서울시는 카풀앱 업체 풀러스의 서비스 확대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카풀서비스 업체 풀러스가 도입한 ‘시간선택제’는 카풀서비스 입법 취지에서 벗어났다.” 지난 7일 서울시는 카풀(carpool)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풀러스’의 시스템에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이유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요청했다.

풀러스 측이 최근 도입한 ‘출퇴근시간 선택제 시스템’은 택시와 다를 바 없어 ‘자가용 유상운송 행위(위법)’에 해당한다는 게 서울시 주장의 골자였다. 출퇴근시간 선택제의 핵심은 기존 카풀앱 이용가능 시간이었던 평일 오전 5~11시, 오후 5시~오전 2시를 카풀앱 이용자의 출퇴근 시간대(출근 4시간ㆍ퇴근 4시간 지정)로 넓히는 것이다.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의 결정이 합당하느냐는 거였다. 스타트업 업계는 “서울시의 과도한 규제가 스타트업의 성장과 공유경제의 확산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카풀은 출퇴근길이 같은 다른 사람과 차량을 나눠 타는 일종의 공유경제 활동이다. 풀러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카풀의 운전자와 동승자를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승자는 풀러스에 일정한 요금을 내고, 풀러스는 그 요금에서 10~20%를 수수료로 떼고 나머지를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카풀앱 사용자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30%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 풀러스가 새로 도입한 출퇴근시간 선택제 시스템이 논란의 단초가 됐다.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출퇴근시간 선택제 시스템을 도입하면 오전 5~11시, 오후 5시~오전 2시라는 시간적 개념이 사라진다”면서 “출근 4시간ㆍ퇴근 4시간은 사람마다 달라, 사실상 24시간을 적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카풀앱 이용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한 건 본래 입법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풀러스의 출퇴근시간 선택시스템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데 입을 모은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전문 법률사무소 테크앤로의 구태언 변호사는 “법에 명시돼있는 ‘출퇴근 때’는 이동의 목적을 말하는 것이지 시간을 말하는 게 아니다”면서 “법을 해석할 때는 문헌해석이 기본원칙인데, 시간개념이 없음에도 시간을 읽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치주의국가에선 법에서 금지하지 않는 건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카풀의 목적이 출퇴근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출퇴근은 시간이 아니라 목적

법률전문가들이 카풀앱의 시스템을 규제하는 건 지나치다고 주장한 이유는 또 있다. 업체 스스로 카풀이 자가용 유상운송 행위로 번질 우려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풀러스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풀러스 사용자는 출퇴근시간을 각각 4시간으로 지정해놓고 일주일 간 이를 변경할 수 없다. 운전자 역시 1일 운행횟수를 제한했다.”

당연히 숱한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서울시가 풀러스를 규제로 옭아맨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거였다. 한편에선 택시업계의 반발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 아니냐는 지적도 내놨다. 스타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유경제성장론을 주창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규제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의혹은 사실일까. 이 질문의 답은 카풀앱 규제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살펴보면 금세 찾을 수 있다. 서울시에 카풀앱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린 건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다.

국토교통부 측은 “언론을 통해 풀러스의 서비스 개편 소식을 접하고 이를 바로잡도록 서울시에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공무원이 언론에 나온 뉴스를 읽고 규제를 지시했다는 건데, 사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과잉공급의 문제를 의식했을 공산이 더 크다.

 

실제로 국토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카풀서비스가 도입될 때부터 택시업계의 반발이 컸다. 게다가 현재 택시가 과잉공급이라 앞으로 4만~5만대는 더 줄여야 한다. 카풀서비스를 확대하면 이런 점과 충돌한다.”

택시업계 반발 우려했나

문제는 서울시와 국토부의 결정이 공유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임현진 서울대(사회학) 명예교수는 “공유경제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해소해줄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역할과 실험정신이 중요한데, 공유경제의 덩치가 커지니까 규제하고, 기존 사업자와 충돌한다고 규제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공유경제가 노출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놓고 받아들이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태언 변호사는 “카풀앱은 미래 스마트시티 교통시스템의 토대를 구축하는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택시산업을 무작정 감싸기보다는 이주대책을 고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와 국토부는 미래사회 구축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버 같은 기업을 키워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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