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티브의 힘」 가시 세울텐가 안테나 올릴텐가

▲ 민감한 성격의 사람들은 ‘받아들이는 자세’를 먼저 배워야 한다.[사진=아이클릭아트]
여기 빨간색 립스틱 몇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모두 빨간색 립스틱으로 보일 게다. 하지만 같은 빨강이라도 ‘따뜻한 빨강’ ‘차가운 빨강’ ‘태양빛 같은 빨강’ 등으로 다르게 인식하는 이들도 있다. 남들보다 민감성이 뛰어난 사람들, 같은 정보라도 훨씬 풍부하고 다채롭게 인식하는 이들은 좋은 대화상대이자 훌륭한 카운슬러다. 남들보다 감정이입과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점이 많음에도 ‘민감함’을 능력으로 인정하고 활용하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 ‘불편한 기질’로 치부해 버린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민감한 사람들은 ‘예민하다’ ‘까탈스럽다’ ‘생각이 복잡하다’ 등의 말을 듣기 일쑤다.

‘민감성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 카트린 조스트는 민감함이 고치거나 버려야할 성향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저자 역시 매우 민감한 사람으로 어린 시절을 힘겹게 보냈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있으면서도 항상 이질감을 느꼈다. 남들보다 유달리 뛰어난 미각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민감함을 능력으로 인식하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능력은 개발과 개선이 가능하다. 저자가 “방법을 제대로 습득한다면 민감함은 훌륭한 장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민감한 사람들이 부정적인 평을 듣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에 그 능력을 서툴게 구사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민감한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그들이 나름대로 강구한 대처 전략과 전문적인 방법론을 정리해 놓았다. 그중 하나가 ‘선 긋기’다. 민감한 사람은 매순간 많은 정보를 감지한다. 그중에는 부정적인 정보도 많다. 민감한 사람들은 이 정보에 일일이 반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면 금세 지치고 우울해진다.

이를 막으려면 밀려드는 생각과 감정에 선을 그어야 한다. 받아들이되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다시 흘려보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저자가 “평가하지 말고 그저 미소를 보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용서하기’ ‘초점 맞추기’ 등 자신의 민감함을 다스리고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적혀 있다. 그중 저자는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장 먼저 꼽는다. 자신의 민감한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기질을 부정해 봐야 피곤한 여정을 계속 이어나갈 뿐이다. 가시를 곤두세울 것인가, 아니면 정밀한 안테나를 세울 것인가. 답은 정해져 있다.


세 가지 스토리


「나무늘보라도 괜찮아」
이케다 기요히코 지음 | 홍익출판사 펴냄

바쁘게 움직여야 인정받는 현대 사회. 행복한 삶,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방법도 이와 마찬가지일까. 저자는 ‘나무늘보처럼 느긋해져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자기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천천히 수용할 때 비로소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는 거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인류학·생물학·역사문화학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느긋함과 포기하는 힘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배송추적」
에드워드 흄스 지음 | 사회평론 펴냄

38만㎞. 아이폰 한대를 만들기 위한 모든 부품의 이동거리를 합친 수치다. 혁신의 탄생에 기술뿐만이 아니라 교통과 물류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에도 두 분야는 그동안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보이지 않는 발’이 어떻게 현대문명을 지탱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들며 소개한다.

「착한 사람들」
애비게일 마시 지음 | 와이즈베리 펴냄

진화론에 따르면 남을 돕는 성향이 강한 인간은 오래 전에 멸종했어야 한다. 이들의 행동은 자기자신의 생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교통사고에서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살아나면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착한 사람들’의 존재로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사례들을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살펴볼 수 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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