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영양사의 재무설계

부모로부터 물리적ㆍ경제적으로 독립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금융 감각을 키우기 어렵다. 결혼, 주택마련 등 미래에 들이닥칠 일에 대응하기 위해선 자산을 적절하게 분배해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버는 돈을 무조건 쌓아놓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 자산을 무작정 쌓아놓기보단 적절하게 분배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대기업에서 영양사로 일하는 서유정(35)씨.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을 시작해 어느덧 경제활동을 한 지도 12년이다. 이제 좀 여유를 느낄 만도 하지만 남들보다 하루를 빨리 시작하고 늦게 마무리하는 직업 특성상 매일매일이 바쁘다.

서씨는 재테크도 서툴다. 부모님이 “이거 괜찮다더라”며 금융상품을 추천하면 별 고민 없이 가입하고, 매월 납입하는 식이다. 그 덕에 또래인 30대 싱글여성들보다 돈을 제법 모으긴 했다. 전세보증금(5000만원)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했고, 통장엔 급할 때 쓸 수 있는 비상금도 1200만원가량 들어 있다. 평가액으로 2000만원이 훌쩍 넘는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서씨는 그 돈을 자신의 목표와 결부시켜 본 적이 없다. 자신이 가입한 상품이 어떤 건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건강보험으로 알고 있던 건 알고 봤더니 종신보험이었고, 예금인줄 알고 10만원씩 넣고 있던 건 비적격 연금저축이었다.

지금이라도 재무설계를 그의 목표와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서씨에게는 2가지 재무목표가 있다. 1순위는 결혼자금(2000만원), 2순위는 예비신랑과 함께 부담할 생각인 주택구입자금(1억5000만원)을 마련하는 거다. 지금 상황으론 자금이 부족한 건 둘째 치고 자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지출을 어떻게 관리해야 감을 못 잡고 있다. 일단 결혼에 초점을 맞추고 재무설계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출패턴을 조정하고 예비자금을 마련한 뒤 그 이후에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그려나갈 계획을 세웠다.

Q1 지출구조

 

서씨는 월 평균 280만원을 번다. 이중 소비성 지출은 99만원. 소득에 비해 지출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그의 소비를 들여다보자. 가장 많이 드는 건 40만원의 식비다. 통신비와 교통비는 각각 16만원, 12만원. 관리비는 10만원씩 내고, 부모님께 10만원씩, 총 20만원의 용돈도 드린다. 월 1만원씩 내는 사내기부금도 있다.

비소비성 지출도 단출하다. 5건의 건강보험료가 32만원이고, 예금 10만원, 주택청약저축 10만원을 포함해 월 52만원씩 납입하고 있다.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돈이 151만원으로 전체 소득의 54%다. 남은 129만원은 자동차세와 자동차보험료를 비롯해 경조사비, 휴가비 등에 비정기적으로 들어간다. 자산도 9180만원을 모아뒀다. 전세보증금이 5000만원, 통장엔 비상금이 1200만원 들어 있다. 보유하고 있는 우리사주와 주식의 현재 평가액은 각각 2400만원, 580만원 정도다.

Q2 문제점

 

서씨는 280만원 중 소비성 지출(99만원)과 비소비성 지출(52만원)에 151만원을 쓴다. 그럼 계산상으로 129만원이 남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조사비나 휴가비, 자동차보험료 등을 내는 달에는 안 남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달에도 129만원은 종종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어쩌다 남을 땐 비상금 통장에 저축해왔지만 지출패턴이 일정하지 않다보니 섣불리 저축상품에 가입할 수 없었다.

5건이나 되는 건강보험도 손봐야 하긴 마찬가지다. 부모님 권유로 생각 없이 가입한 상품 중 1건은 알고 보니 20년 만기 종신보험이었다. 11년째 납입 중이지만 아직 9년이나 남았다. 월 10만원씩 넣고 있던 예금도 비적격 연금저축이었다. 청약통장도 세금혜택을 위해 300만원까지만 납입할 수 있게 한도를 설정해둔 걸 이번 재무설계를 통해 알게 됐다.

Q3 개선점

 

통신비를 8만원으로 줄여 지출을 91만원으로 조정했다. 280만원 중 남은 돈은 189만원. 이걸 완전히 새롭게 배치했다. 35만원이던 건강보험료는 종신보험을 해지해 20만원으로, 주택청약저축은 절반(5만원)으로 줄였다. 비정기 지출 129만원은 400만원 규모의 비상금 통장을 만들어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월 34만원씩 넣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응하기 위해선 비정기 지출통장을 따로 만들어 월 30만원씩 이체하기로 했다. 남은 100만원으론 세금우대를 받을 수 있는 준조합원 적금을 활용해 각각 40만원(1.7%)ㆍ20만원(3.7%)씩 넣고, 연금저축(10만원)에도 가입했다. 30만원은 국내펀드와 해외펀드에 각 15만원씩 넣어 투자에 활용했다.
홍성철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gonygo3@naver.com│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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