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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와 환상의 경계

기사승인 [262호] 2017.11.10  11: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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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illusion’ 展

   
▲ 정영길 사진작가의 ‘The illusion’의 작품들.[사진=뉴시스]

일루션(Illusion)은 환각 또는 환상, 착각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같은 풍경과 사물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영길 사진작가의 작품은 이런 의미에서 일루션과 통한다. 작가는 공사용 가림막의 작은 그물코 사이로 세상을 들여다본다. 그 순간 매일 보던 익숙한 풍경은 낯선 가상현실의 세상으로 바뀐다.

작가가 이런 작업 방식을 선택한 것은 익숙했던 풍경이 갑자기 낯설어진 경험을 하고부터다. 작가에게 처음 접한 한강의 풍경은 대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상의 풍경이 사유의 공간이 되면서 그저 바라보던 시각이 관조로 바뀌었다.

그러던 지난해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이 시작되고 공원 조성을 위해 한강변에 대규모 공사용 가림막이 설치되면서 다시 변화한다. 매일 바라보던 강물과 대도시의 모습이 갑자기 낯설어지고 존재하지 않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가는 “매일 바라보던 강물과 강 건너 건물들, 먼 산들의 풍경이 갑자기 낯설어졌다”며 “마치 현존하지 않는 어떤 다른 세상과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마치 모눈종이처럼 칸칸이 풍경을 제도하고 있는 그물 너머의 풍경을 사진으로 구획하고 담아내기 시작했다. 가림막이 실재와 착각의 구분하는 경계선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작품은 현실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 사진임에도 특별한 기교를 부린 ‘메이킹 포토’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실제의 풍경을 매우 낯설다. 반짝이는 강물의 잔물결, 한강 주변의 풍경 등 누구나 알고 있는 모습이지만 인공의 그물망 너머로 바라본 풍경은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눈으로 ‘바라다보기’에서 카메라의 눈을 통해 장벽 너머를 ‘들여다보기’는 과정에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결과물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같으면서도 다른 사진들이 시리즈로 묶인 이번 사진전의 제목은 일루션(The Illusion)이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좁은 의미의 착각을 마술과 환상으로 만든 것이 사진가 정영길의 ‘새로운 시각’이라는 얘기다. 작가의 새로운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관습화된 일상의 시선이 마술과 환상으로 환기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진전은 서울시 종로구 갤러리 이즈에서 11월 13일까지 열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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