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회복지사의 재무설계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은 한달에 얼마를 저축하는 게 적당할까. 흔히들 월급의 60%는 저축 또는 적금에 넣으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60%를 넣는 것보다 그 60%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60%를 몽땅 적금에 넣기보다 저축과 투자에 분산시키라는 거다. 알뜰한 것과 자산관리를 잘 하는 건 다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알뜰하지만 재테크에는 실패한 20대 사회복지사의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 소비성 지출이 크지 않고 알뜰하다고 모두 자산관리를 잘 하고 있는 건 아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박성호(가명ㆍ29)씨는 사회복지사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직업을 택했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한 만큼 사회복지 분야가 더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택한 직업이 그가 독립과 결혼을 미루기로 결심한 이유가 되고 있다.

사회복지사로 지낸 지 3년여, 박씨는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산다. 5년째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지만 이렇다 할 계획은 아직 없다. 박씨는 아직도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언제까지 희생만 하느냐다. 미래를 열기 위해선 희생을 보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는 월급의 60%를 적금에 넣는다. 그 덕에 약 3000만원을 모았다. 하지만 독립이나 결혼을 하기엔 한참 부족한 돈이다. “돈을 더 모을 때까지 기다려달라”며 부모님께 양해를 구해 독립은 일단 늦췄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결혼이 문제다. 결혼을 미루자니 여자친구 부모님께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박씨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기 위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박씨의 한달 급여는 190만원이다. 하지만 각종 세금을 제외한 후 실제 받는 돈은 175만원이다. 이 중 약 100만원을 적금에 넣고 있다. 이렇다보니 한달 생활에 여유가 별로 없다. 무조건 적금에만 올인하다 보니 투자 감각도 없다. 효율적으로 돈을 관리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다. 독립, 결혼, 내집 마련 등 중요한 생애 이벤트 등을 위해 적금에만 집중된 자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Q1 지출구조

 

박씨는 언급했듯 100만원을 적금에 넣는다. 여기에 실손보험 등을 포함한 보장성 보험료가 10만원. 결혼과 내집 장만을 위해 꼬박꼬박 넣고 있는 주택청약저축은 2만원이다. 세금ㆍ휴가비ㆍ경조사비 등 월 평균 비정기 지출 10만원까지 포함하면 122만원이다. 이제 175만원 중 남은 돈은 53만원이다. 박씨는 이걸로 한달을 생활한다. 20대 싱글족이 평균적으로 저축하는 금액으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참 알뜰한 박씨다.

그럼 53만원으로 꾸려지는 그의 가계부를 들여다보자. 100만원을 오로지 적금에만 넣는 것처럼 소비도 단순하다. 박씨가 가장 많이 쓰는 돈은 식비와 데이트 비용으로 들어가는 35만원이다. 나머지는 교통비와 통신비로 각각 10만원ㆍ6만원씩 지출한다. 남은 돈은 175만원 중 2만원. 이건 딱히 뭘 하기가 애매해 대부분 그냥 놔두고 있다.

Q2 문제점

 

박씨의 소비에는 큰 문제가 없다. 과소비를 하지도 않고 소비성 지출이 어느 한쪽으로만 쏠려있지도 않다. 문제가 있다면 100만원씩 나가는 적금 하나뿐이다. 적금으로만 이뤄진 단순 저축을 저축과 투자 형태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 현재 박씨가 월 100만원씩 넣고 있는 적금은 시중은행의 상품이다. 1년 만기 이율이 1.2%다. 물가상승률, 화폐가치 하락 등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론 마이너스를 보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무조건 은행에 저축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저축과 투자를 병행해 리스크 관리와 수익률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박씨는 이 단순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자금을 어떻게 쓸지 목적도 명확히 해야 한다. 장기적금은 목돈이 필요할 때 자금이 묶여버려 쓸 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그런 이유로 단기적금에 가입하면 수익률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Q3 개선점

 

적금 100만원에 잉여자금 2만원을 더해 102만원을 새롭게 재배치했다. 절반은 그대로 적금에 두되, 시중은행보다 이율이 높은 저축은행으로 옮겼다. 예금자 보호가 어느 정도 되지만, 저축은행은 부실 위험 등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자.

하나였던 통장도 둘로 나눠 각각 30만원ㆍ2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중단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도 들었다. 적립식 펀드에 매달 20만원씩 넣으면 적은 금액으로도 높은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박씨의 경우 투자성향이 안정적이어서 우량주 중심의 중위험상품으로 각각 10만원씩 가입했다. 비상금 통장도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102만원 중 남은 12만원은 CMA를 활용하기로 했다.
강수현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gonygo3@naver.com│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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