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복합쇼핑몰에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이 널려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복합 쇼핑몰은 물건을 단순히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서 온 가족이 머물며 문화·외식·쇼핑·레저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떤가. 공감하는가. 다른 것은 차치하고 복합쇼핑몰 어느 구석에서 문화적 차원을 찾을 수 있나 궁금하다. 벽에 걸린 가짜 명화 몇개 훑어 보고 영화 한편 보면 문화생활을 영위한 걸까.

필자가 대형쇼핑몰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이 공간을 만든 사람들 때문이 아니다. 소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서 기인한 불만의 소산이다. 아무리 현명하고 영악한 자도 이 공간에 들어서면 하릴없이 지갑을 열 각오를 해야 한다. 물건이 천지에 그득하다고 해서 가격이 쌀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특이하고 흔치 않은 상품일수록 가격 비교는 상대적으로 어려워진다. 산책하듯이 쇼핑센터를 걷다 보면 “어 저거 맛있겠다” “어 저거 사고 싶다”는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전 계획에 의해 물품을 사는 게 아니라 필요해 보이거나 집에 두면 쓰겠다 싶은 물건을 사는 것이다. 물건을 보고 필요를 스스로 끌어내는 비합리적 소비 행태다. 여기에 소비자가 손짓하면 점원은 득달같이 달려와 시중을 드는데 가정과 직장에서 늘 치이고 사는 우리는 “이곳에서 대우받는구나” 하는 착각에 빠진다. 한껏 고무된 우리는 쇼핑 카트에 물건을 채워 자기만족을 달성한다.

다행인 건 세일에 혹하는 이들이 부쩍 줄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남자는 꼭 필요한 1만원짜리 물건을 2만원에, 여성은 불필요한 2만원짜리 물건을 1만원에 사서 집으로 들고 온다고 한다. 바가지 상혼을 비꼬는 우스갯 소리라고 치부하기엔 상황이 안타깝다.

필자가 우려하는 건 또 있다.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 소비의 남발이다. 쓰레기를 방불케 하는 미디어의 ‘먹방’ 남발은 위험 수준에 이르렀고, 이런 이유로 우리의 음식을 향한 경각심은 바닥에 내팽개쳐진 지 오래다. 체계적인 영양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른이 되면 우리의 몸에 유불리한 음식 정도는 구별할 줄 안다. 그러나 주린 채로 맛집이 그득한 복합몰의 푸드 코트를 거닐다 보면 최소한의 분별력도 자취를 감춘다.

문제는 자녀의 입맛에 맞는 식사를 부모가 함께 한다는 데 있다. 달거나 기름지고 바삭해 입에 달라붙는 식사로 몸 버리고 돈 쓰는 식도락 행태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노 마요(네즈), 노 슈거, 노 소스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버린 돈은 다시 번다손 치더라도 한번 망가진 몸은 회복이 힘들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 들어선 대형 복합 쇼핑몰이 과연 집값과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계산대에 올린 물건 중 집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물건은 없는지 잘 살펴보자. 영리하고 현명한 소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카드명세서나 우리의 몸무게를 보고 기겁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