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졌다. 유럽 각국이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하면서다. 여기에 발맞춰 문재인 대통령도 미세먼지 감축 공약의 일환으로 ‘2030년 경유차 퇴출’을 내걸었다. 하지만 실효성있는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가 꼭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 최근 전기차가 자동차 주류로 편입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 시대 선언’이 터져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 각국이 내연기관차의 시판금지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내연기관차의 종주국 독일이 ‘203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게 대표적이다. 물론 연방하원에서 법안으로 채택한 게 아니라서 법적 효력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나라가 내연기관차 부문에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는 점을 떠올리면 ‘시장 포기’를 선언한 건 눈여겨볼 만하다.

독일만 그런 게 아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 자국 내 내연기관차 판매중지’를 선언했고 인도는 2030년으로 못 박았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2040년 판매 중지’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중국은 기한을 설정하지 않았지만 적극 고려 중이다.

여기에 발맞춰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마스터플랜을 속속 내놓고 있다. 디젤게이트로 곤욕을 치르던 폭스바겐은 2019년까지 약 80개의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00억 유로(27조원)를 투자하고, 배터리를 구매하는 데 500억 유로를 지출할 계획이다. 볼보는 아예 2019년부터 순수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충격 선언을 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역시 2020년부터 내연기관으로만 달리는 자동차를 더 이상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이 잇따라 내연기관차 시판금지 계획을 발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연기관차의 입지가 급속히 좁아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혐의가 드러나고, 미세먼지 등 공해문제가 심각해졌다. 더구나 파리기후변화체제가 발효된 후 에너지 신산업이 새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패권 다툼이 치열해졌다.

이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다. 이는 선진국 대비 내연기관차 원천기술 개발에 한계를 느끼던 중국이 전기차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 80만대 중 50% 이상이 중국에서 팔렸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6위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벌 사회와 발맞춰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선언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 경유차 퇴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한국전기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의 생각으론 ‘시기상조’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차는 아직 부작용이 많다. 완성도도 낮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이 없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비지니스 모델로 정립된 게 아니라는 거다. 짧은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부족 등 먼저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반면 내연기관차의 시장 경쟁력은 여전히 높다. 현실적으로도 가장 안정화된 모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친환경차 생산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쉬운 일이 아닐 게다. 120여년 쓰던 핵심부품인 엔진과 변속기를 빼고 배터리와 모터를 넣는 구조로 탈바꿈하는 게 어디 간단하겠는가. 하이브리드차 등 단계별로 발전하는 양상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우리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측면에서 뒤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하게 ‘2030년 폐지’에만 집착하면 시장에 충격만 줄 수 있다. 최근에서야 엔진과 변속기 등 내연기관차에 핵심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본이나 미국 등이 ‘전기차 시대’ 선언을 미루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분간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는 건 맞다. 다만 우리의 현실과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확실하고 신뢰성 있는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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