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지 오염, 돌발이슈인가 인재인가

총 7000억원이 넘게 투입되는 송도 테마파크 개발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개발부지 일부가 오염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사업자 부영과 사업 감독을 맡은 인천시는 ‘돌발 이슈’라며 당황하는 눈치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던 리스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찌감치 울렸던 ‘오염 시그널’을 부영과 인천시가 흘려들었던 게 문제를 키웠다는 일침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송도테마파크 논란에 펜을 집어넣었다.

▲ 부영의 송도 테마파크 사업이 토지 오염이라는 암초를 만났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인천시 송도 일대가 시끄럽다. 부영그룹이 이곳에 짓고 있는 테마파크 프로젝트가 진통을 겪고 있어서다. 원인은 생뚱맞게도 ‘토지 오염’이다. 테마파크 건설부지(49만9000㎡ㆍ약 15만평)에서 오염물질이 발견된 것이다.

이 부지의 주인이자 개발자인 부영은 올해 6월 ‘해당 부지에 폐기물이 매립돼 있는지’ ‘토양은 오염되지 않았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용역을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발주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일부 땅에서 생활 및 건축 폐기물이 발견됐다. 35개 조사 지점 중 32곳에선 토양오염물질이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토양오염물질 21대 항목 중 발암물질인 총탄화수소(THP)와 벤젠, 납, 비소, 아연, 불소 등 6개 항목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부영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사업은 단순히 테마파크만 짓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송도 테마파크는 도시개발사업과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시는 부영이 송도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바로 옆 53만8600㎡ 부지(약 16만평)에 도시개발 사업을 인가했다. ‘테마파크 완공 3개월 전까지 아파트 착공과 분양 금지’라는 조건도 붙었다. 이곳에는 아파트 3920가구와 주상복합, 오피스텔, 초ㆍ중학교 등 2개 등 계획인구 1만193명의 도시가 들어선다.

 

오염물질 탓에 송도 테마파크 조성 작업이 차질을 빚는다면 도시개발사업도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영뿐만 아니라 도시개발 계획의 책임자이자 인허가 기관인 인천시까지 혼란에 빠뜨릴 만한 빅이슈다.

더구나 이 사업은 단순한 테마파크 조성 프로젝트가 아니다. 부영이 7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기로 했지만 공익적 성격이 다분하다. 해당 부지는 1980년대 후반 ‘공유수면매립법’을 근거로 갯벌을 매립해 만들었다. 공유수면매립법의 목적은 매립지의 일부분을 공익 목적으로 쓸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지의 사업용도는 ‘유원지’가 됐다.

인천시 관광 진흥계획 중 하나로 여러 방면으로 개발이 검토됐고, 부영의 테마파크 사업은 이 연장선에 있다. 송도 테마파크 사업이 지역민의 숙원사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인천시와 부영이 ‘부지 오염 리스크’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황용운 전 인천 연수구 의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곳은 1980년대 갯벌을 메운 매립지다. 그런데 매립지를 메울 토사가 부족해지자 쓰레기를 가져다 묻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매립 당시에는 생활 쓰레기와 산업 폐기물을 분류할 기준이 없었다. 그 땅에 뭐가 묻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시와 부영은 이를 쉬쉬해 가며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애초부터 테마파크를 짓거나 아파트를 올리기에 부적합한 땅이었는지도 모른다.”

갈 길 잃은 숙원사업

전례前例도 있었다. 2006년 한국도로공사는 이 일대를 지나는 인천대교의 교각 터파기 작업을 실시했는데, 이때에도 ‘토지오염’ 논란이 제기됐다. 다량의 산업 폐기물과 침출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황 전 의원은 “당시에도 전체 부지의 토양 오염도를 검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지만 실제론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공사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토지 오염의 심각성을 예측할 수 있던 시그널은 이게 다가 아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2008년 환경영향평가보고서 지반조사결과에서 비위생매립지로 확인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폐기물이 묻혀있는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사업 인가과정을 밟는 도중인 올해 7월에는 인천녹색연합으로부터 “사업 계획서에 매립폐기물 정밀조사 결과와 처리계획이 포함돼있지 않다”는 지적도 받았다. 수차례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인천시와 부영이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직 정확한 오염 규모를 파악한 게 아니라서다. “토지 오염은 심각할 것”이라는 추측만 나온 상황이다. 이를 해결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전망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올해 연말까지 부지오염 관련 행정절차를 끝내지 못하면 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인가가 취소된다. 새로운 사업계획서로 새판을 짜야한다. 일찍이 주도면밀하게 환경 조사와 폐기물 처리 방안을 수립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문제다.

뾰족한 다음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인천시는 인허가권을 가졌을 뿐, 땅 주인은 부영이라서다. 김송원 인천 경실련 사무처장은 “오염조사, 폐기물 처리 방법, 폐기물 처리 주체 등이 정해진 게 없어 토지 오염 해결은 지지부진해질 게 뻔하다”면서 “시는 시간을 끌수록 부영에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천시민의 숙원사업을 민간기업인 부영이 쥐락펴락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말 많고 탈 많던 송도테마파크 프로젝트, 또 브레이크가 걸렸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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