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보더 사진전

▲ 테리 보더의 벤트 아트 작품들.[사진=뉴시스]

감자칩이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다. 쭈글쭈글한 대추는 피부관리를 하겠다며 거울 앞에서 마스크팩을 붙인다. 그런가하면 땅콩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껍질 속 알맹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미국 사진작가 테리 보더가 그의 재기발랄한 작품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의 작품에선 빵, 과자, 계란, 과일, 수저, 손톱깎이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 주인공이다. 사물의 특징을 파악한 후 철사를 구부려 인격화한 캐릭터를 창조하는 게 테리의 독창적인 ‘벤트 아트’다.

광고 사진가, 조각가로 활동하다 대형 작품에 회의를 느껴 소품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 생기가 넘치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특히 음식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할 때의 좋은 점을 말하는 대목에선 그의 발랄함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온갖 종류의 음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봤다. 이 작업의 가장 큰 장점은 사진을 찍고 난 후에 그것들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테리의 작품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처음엔 사물에 눈ㆍ코ㆍ입을 표현했지만 작품을 계속하면서 얼굴을 자세히 표현하지 않을수록 감정전달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상상력의 힘이야말로 예술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다”고 말했다.

그렇게 완성된 테리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극대화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가볍기만 한 건 아니다. 유쾌하고 익살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인간사회를 꼬집는 블랙유머를 구사한다. 테리는 “사물은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면서 “이 작품들을 통해 삶의 지혜와 통찰력, 인생의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사진전의 타이틀은 ‘먹고, 즐기고, 사랑하라’다. 철사와 음식, 일상용품으로 만든 벤트 아트 사진 62점, 입체 작품 27점, 애니메이션 1점 등 총 90점을 선보인다.

아울러 타이틀처럼 사진전을 찾은 관객들은 일상용품과 식재료를 이용해 직접 먹고 만들어보는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다. 직접 만든 작품은 사진으로 촬영 후 포토프린터기로 인화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 30일까지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