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대장 김창수

▲ 영화‘대장 김창수’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1896년 황해도 치하포, 20살의 조선인 청년(조진웅)이 일본인을 맨손으로 때려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숨기지 않았다. 되레 자신의 거주지와 이름까지 밝히고 조선인으로 위장한 일본 육군 중위를 죽였다는 포고문을 써붙인다. 재판장에서도 청년은 당당했다. 그는 자신이 국모의 원수를 갚았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명성황후의 시해범을 죽이고 스스로 잡혀 들어간 청년의 이름은 ‘김창수’였다.

그의 신념과 용기를 알아주는 사람은 조선에 없었다. 일본의 편에 선 감옥소장 강형식(송승헌)은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그에게 갖은 고문을 가한다. 자신은 죄인이 아니라며 감옥 안에서도 스스로 고립을 자초해 죄수들도 김창수에게 등을 돌리는데….

영화 ‘대장 김창수’는 ‘민족의 지도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백범 김구가 겪은 실화를 영화화했다. 김창수는 김구 선생의 청년시절 이름으로 1912년 ‘김구’로 개명했다. 이 영화는 치열했던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투쟁이 아닌 그 시작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김창수가 감옥살이를 한 인천감옥소의 경험을 통해 외골수에 혈기만 넘치던 청년에서 민족의 지도자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김창수는 가장 어둡고 처절한 감옥이라는 공간에서 성장하고 변화한다. 못 배우고 가진 게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재판조차 받지 못한 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는 조선인을 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점점 깨치기 시작한다. 이처럼 영화는 평범한 청년이 자도자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외골수에서 대장으로 거듭나는 김창수는 ‘군도’ ‘명량’ ‘아가씨’ 등 역사극에서 눈에 띄는 존재감을 발휘했던 조진웅이 맡아 열연했다. 그는 고집 세고 혈기 왕성했던 청년이 진정한 대장으로 변화는 과정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 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은 풍채는 물론 도전적이면서도 강인한 눈빛과 표정까지 실제 ‘김창수’를 떠올리게 하는 조진웅을 캐스팅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 감독은 “조진웅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 영혼이 이입된 김창수였다”며 “내 믿음에 몇배로 연기하는 그를 보며 전율을 느꼈다”는 말로 조진웅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나라를 버리고 일본의 편에 선 인천감옥소 소장 강형식은 송승헌이 맡아 데뷔 21년 만에 첫 악역에 도전했다. 송승헌은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만큼 매 촬영마다 철두철미한 준비로 촬영에 임했다. 그 결과, 그동안 본적 없던 냉혈한 미소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연기로 악역 변신에 성공했다.

이원태 감독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김창수’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때 그 당시 김창수의 숭고한 마음을 스크린에 담으려 했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결코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다”며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건져 올린 사람의 이야기로 ‘김창수’를 통해 위안과 희망을 얻길 바란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감독의 바람처럼 암흑의 시대 더 참혹한 감옥살이를 견디며 탄생한 ‘대장 김창수’의 모습을 통해 뜨거운 감동을 느껴보길 추천한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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