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의 한방비수론

▲ 물을 많이 먹는다고 무조건 건강에 좋은 건 아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몸에서 물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1945년 미국의 식품영양위원회는 사람이 하루에 소모하는 칼로리가 2000~2500㎉이므로 하루에 물을 2L는 마셔야 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하루에 물을 1.5~2L를 마실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람은 땀이나 호흡, 대소변을 통해 일상생활 중에서 끊임없이 수분을 방출하므로 탈수를 방지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을 마셔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음료, 야채, 과일, 곡물 등 모든 음식물에도 수분이 포함돼 있다. 또한 체질에 따라 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르다. 과한 음수는 되레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물 많이 마셔도 되는 사람 = 한의학에서 불은 양陽이며 열熱이고 물은 음陰이고 한寒이다. 체질적으로 양적이며 열이 많은 사람들은 물을 많이 마셔주는 것이 좋다. 대개 소화력이 좋고 외향적이며 건장하고 활동적인 사람들이 많다. 평소 먹는 음식도 열을 발생시키는 육류보다 몸을 식혀 줄 수 있는 야채 위주 식사가 건강식이다. 이들은 배고픔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물을 자주 마셔서 갈증을 해소하면 허기도 줄고 비만을 예방하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물 많이 마시면 안 되는 사람 =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사람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은 위장이 약해서 소화가 잘 안되고 몸이 냉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평소 쉽게 피로하면서 잘 지치고 상대적으로 지방이 많아 대사기능이 떨어진다. 위장이 약하다는 것은 위의 활동성이 떨어지면서 위장이 차가운 경우다. 

이때 물을 많이 마시면 위장의 활동성은 더 떨어지고 물의 찬 성질로 온 몸이 더 냉해진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비로 하천이 범람하면 도로가 유실되고 논과 밭은 물에 잠겨 천지가 물바다가 되듯, 몸이 냉한 사람이 건강에 좋다고 필요 이상의 물을 많이 먹으면 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수기병水氣病’이라고 한다. 물건에 습이 차면 눅눅해지고 무거워지듯, 몸에서도 물이 범람하면 몸이 붓는 부종이나 피로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사장애로 부었던 것이 헛살이 되고 헛살이 늘어날수록 건강은 더욱 나빠지게 된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사람은 건강한 체중증가가 아니라 수분 대사장애에 의한 질환으로 체중이 불어나는 것이다.

신장 기능뿐만 아니라 대사장애와 관련된 질환여부를 검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물을 마실 때도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소화기나 내장도 찬물을 마시면 수축하거나 긴장하게 된다. 얼음물을 먹으면 머리가 아픈 것도 위장관이 긴장하고 머리의 혈관들이 수축되기 때문이다. 

물 위를 떠다니던 한 알의 단세포가 탄력을 잃으면 바닷물을 잔뜩 머금은 채 늘어나 부피가 커진다. 건강을 위해 강박적으로 마시는 물도 비만의 숨은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김영두 약산한의원 대표원장 yaksan4246@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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