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 인류가 수학에 집착한 이유

▲ 파이의 발견으로 인류는 새로운 영역으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수학은 우리의 삶에 가까이 있고, 응용범위가 가장 넓은 학문이다. 어원도 심오하다. 수학(mathathics)의 어원은 그리스어 마테마타(mathemata)에서 나왔다. 이는 ‘우리가 배우는 모든 것’이라는 뜻이다. 왜 수학에 이토록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까.

다큐 프로그램 ‘넘버스’도 같은 질문을 뼈대로 기획됐다. 넘버스는 수학의 본질이 무엇이며, 인류에게 수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초점을 두고 제작됐다. 이후 방송에 미처 담지 못했던 수학적 자료를 보완해 동명의 책을 출간했다.

넘버스 제작진이자 저자인 김형준은 “수학이란 인간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에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수학 언어가 담고 있는 자연과 우주의 본질을 깨우치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π, ∞, x, 0, i 등 다섯개의 수로 인류의 깨우침의 과정을 설명한다. 이는 인간의 문명과 수학의 역사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수다. 이중 우리에게 친숙한 파이(π)의 발견 과정은 인간의 생각이 새롭게 확장된 사례로 들기에 적절하다.

파이는 원과 넓이가 동일한 정사각형을 자와 컴퍼스로만 그려내야 하는 ‘원적 문제’를 푸는 중에 발견됐다. 고대 이집트 수학자들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까지 약 5000년에 걸쳐 수많은 수학자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매달렸다. 이들은 모두 원과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을 만드는데 몰두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그 중 다르게 시도한 이가 있었다. 그리스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다. 그는 사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대신 원의 넓이를 구하기 시작했다. 원의 넓이를 구하기 위해 아르키메데스가 작성한 논문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원의 지름과 둘레의 비율인 파이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파이의 발견으로 인류는 지구의 둘레를 구하고 엔진을 만들었으며 인공위성도 운용할 수 있었다. 수數의 발견으로 인류는 새로운 영역에 접어들 수 있었던 거다.

3.141592…로 시작하는 파이는 무한히 계속되는 수다. 정확한 값을 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행히 파이 값을 필요로 하는 문제는 소수점 아래 15자리까지만 계산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5000년이나 노력했으니 이쯤 되면 그만 둬도 괜찮을 법하다. 하지만 정확한 파이 값을 구하기 위한 노력은 오늘날까지 계속 되고 있다. 2005년 일본 도쿄대학에선 슈퍼 컴퓨터를 동원해 소수점 1조2000억대 자리까지 값을 구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파이 값에 어떤 의미가 있어서일까. 이 책은 파이 값 자체보다는 이를 구하는 여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제작진은 그 여정이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저자가 “닿지 못할 줄 알면서도 가는 어리석음이 세상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책은 파이 값을 6만7890번째까지 암기하는 중국의 루차오를 인터뷰하는 것으로 파이 소개를 마친다. 그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었다. 고등학생 시절 부족한 공부실력을 보완하고자 익힌 암기법이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파이 값 외우기 세계기록 보유자가 됐다. 그 명성 덕분에 루차오는 중국 전역을 돌며 기억력 강의를 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파이가 끝이 없다는 건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끝없는 도전으로 그가 새로운 인생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세 가지 스토리

「왜 함께 일하는가」
사이먼 사이넥 지음 | 살림 펴냄


때로는 팀보다 한사람이 더 큰 역량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런 인물은 ‘능력자’로 부르며 주변의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저자는 혼자서 일을 해낼 수는 있어도 혼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성공의 뒤편에는 언제나 주변의 도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는 동료와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했던 이야기들을 소개하며 현대인이 함께 일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포스트휴먼이 온다」
이종관 지음 | 사월의책 펴냄

인공지능 ‘알파고’의 지시대로 바둑돌을 올려놓던 아자황을 기억하는가. 적어도 그 대국에서 아자황의 두뇌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기계가 두뇌를 대신하는 사회가 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 사회에서 ‘인간’의 정의란 무엇일까. 저자는 현재의 첨단 과학기술이 내포하고 있는 철학적 문제들을 설명하면서, 인간 존재의 참된 의미를 되짚어 본다.

「맥락을 팔아라」
정지원 외 2인 공저 | 미래의창 펴냄

스타벅스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건 단지 커피가 맛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커피를 마시며 매장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즐기는데 큰 기쁨을 느낀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제품이 아닌 브랜드의 맥락을 구매하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맥락은 그 브랜드만의 스토리다. 소비자들은 흥미로운 스토리에 지갑을 연다. 저자는 다양한 성공사례를 통해 브랜드의 맥락이 가져다주는 위력을 소개한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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