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혹한기에 성장동력 부재까지…

한국 자동차 업계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 조치로 당황하고 있다. 한편에선 ‘한ㆍ중 관계 개선’ ‘새 시장 개척’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많다. 사드라는 정치적 변수를 자동차 업체들이 통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 벼랑에 내몰렸다.

▲ 중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원인이다. 지난 10년간 눈부신 성과를 거둬온 시장이기에 충격이 크다. 그 배경엔 사드 배치가 있다. 대표적인 피해 기업은 단연 현대차다. 이 회사는 ‘사드 반한反韓 감정’으로 올 상반기 대중對中 판매량(42만9000대)이 전년 대비 47%나 급감했다.

판매뿐만 아니다.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9월 22일엔 베이징현대 공장 4곳이 협력사인 베이징잉루제의 부품 공급 중단으로 일주일 넘게 멈춰 섰다. 베이징현대 창저우 공장도 같은 이유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사들은 고사枯死 일보 직전이다. 원청 기업인 현대ㆍ기아차의 현지 판매량 급감에 따른 연쇄적인 타격을 받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사드 이슈의 본질은 한ㆍ중 관계를 넘어 미국과 북한 관계가 얽힌 복잡한 외교 정세가 출발점이다. 자동차 업계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경제 보복에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드의 추가배치 소식이 알려진 9월 8일 중국의 한 관영매체가 “현대차의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기차가 합자관계 종료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낸 게 대표적이다.

한중 관계 개선으로 ‘사드 혹한기’를 극복한다고 해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불황을 알리는 시그널은 사드 이슈가 불거지기 전인 2015년에 켜졌다. 그해 1분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21분기 만에 2조원대가 무너졌는데, 부진의 원인은 중국시장이었다. 중국 로컬 자동차 기업이 급성장한 게 현대차에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치열한 게 중국 자동차 시장이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 기업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아서다. 현대차는 시장 변화에 맞춘 차종 개발과 신차 투입 타이밍이 늦었다. 중국 정부가 적극 밀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은 기술력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치 이슈인 사드가 얽히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대안으로 인도나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부에선 “이참에 중국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수출구조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일면 옳은 지적이지만 틀린 면도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이곳을 포기하고 ‘우회로’를 찾자는 건 어쩌면 현실적이지 않은 대안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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