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튜닝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디자인 개선부터 성능 향상까지 일일이 열거하면 끝도 없을 정도다. 무궁무진한 튜닝 시장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장밋빛 전망을 장담할 수 없다. 우리나라 튜닝 시장에는 ‘기준’이 없어서다.

▲ 우리나라 튜닝 산업은 모호한 기준과 규정 때문에 발전을 장담하기 어렵다.[사진=뉴시스]

튜닝 산업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이다. 완성차 시장은 성장이 둔화됐지만 튜닝 산업은 연 평균 5% 이상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튜닝 자동차를 선호하는 마니아가 늘고 있다는 거다.

새 정부도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튜닝 산업 활성화’를 꼽는다. 특히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과 궤를 함께 하는 친환경 튜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아직 무리다. 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자동차 튜닝산업 규모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튜닝과 연관된 직종과 직업 창출도 전무하다.

필자가 15년 전부터 ‘네거티브 규제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유다. 원칙을 허용하고, 예외를 금지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네거티브 규제 정책을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원칙도 없어서다.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 일선 현장에서는 일일이 담당부서에 의견을 문의하고 있다. 담당부서의 해석에 따라 시장 형성 여부가 결정된다.

대표적인 게 리어스포일러(차량 뒤쪽에 다는 날개 모양의 공력 장치) 튜닝이다. 튜닝 마니아들은 리어스포일러 튜닝으로 자동차의 주행 안전성이 크게 개선되고 독특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차량 크기에 비해 크거나 모서리가 날카로우면 흉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정확한 제작 방법을 규정하지 못했다.

 

자동차 튜닝의 꽃이라 불리는 ‘ECU 매핑’도 어렵다. ECU는 자동차에서 사람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장치다. 주요 역할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설정해 둔 값을 기준으로 각종 센서로부터 입력된 정보에 따라 엔진의 연료분사량과 분사시기, 점화시기 등을 명령한다. ECU 매핑은 이 값을 변경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튜닝이다.

적절히 하면 공연비와 점화시기 등을 조절함으로써 엔진의 출력 향상과 연비 향상을 모두 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자동차관리법 등 관계법령에서는 허용 여부를 두고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다.

‘도로 위 살인 광선’이라며 최근 경찰이 단속하고 있는 고휘도 LED 전조등도 마찬가지다. 이 전조등을 장착하려면 자동광축조절장치(불빛이 발사되는 각도를 상대 운전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절하는 장치)를 부착해야 하지만, 막대한 비용 때문에 이를 지키는 운전자는 드물다. 이 전조등 불빛을 반대편 운전자가 정면으로 보게 된 후 잃은 시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시간은 4.5초. 때문에 현재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이 장치를 탑재하는 건 모두 불법 이다.

물론 상대방이 눈이 부셔 사고를 일으키든 말든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를 규제해야 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모든 전조등을 교체하는 게 문제인 건 아니다. 국내의 한 중소기업은 안전운행에 지장이 없는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했다. 그런데도 이 제품은 일본에서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일본의 튜닝 시장은 약 14조원 규모. 명확한 법적 기준을 바탕으로 우수 중소기업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든 결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딴판이다. 기술이 있어도 기준이 없어 기업들이 개발에 나서지 못한다. 무작정 허용이나 불허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규정을 만드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미 조 단위의 시장을 형성한 선진국을 본보기로 삼으면 된다. 물론 불법 튜닝을 일삼는 업주들도 있다. 이는 단속의 대상이다. 그러나 단속도 명확한 기준이 근거가 돼야 한다. 국내 자동차 튜닝 활성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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