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2년차의 재무설계

신용카드는 결국 ‘빚’이다.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긁으면 끝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썼는지도 알기 어렵다. 그래서 재테크를 잘 하는 사람들은 ‘카드내역서’를 꼼꼼하게 본다. 당신은 어떤가. 이번달에 날아온 카드내역서를 살펴봤는가. 재테크 습관이 잘 갖춰지지 않은 한 레지던트의 재무설계를 쫓아가보자.
▲ 높은 대출이자가 부담이라면 '대환대출'을 고려해 볼 만하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4차산업혁명 시대에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의사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촉망받는 대표적인 직업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거니와 높은 명예나 소득이 뒤따른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의예과 2년ㆍ의학과 4년 과정과 인턴 1년ㆍ레지던트 4년 과정을 거쳐야 전문의 자격이 주어진다. 10년 넘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학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사립의과대 등록금은 연간 1000만원 선이다. 많게는 1200만원을 넘는 대학도 있다. 인턴ㆍ레지던트 과정에는 급여가 높지 않아 학자금대출 상환과 생활비 부담을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레지던트 2년차 박미현(33ㆍ여)씨도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다. 그동안 대출이자만 내오다가 최근에야 원금 상환을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바쁜 일상 탓에 대출이자나 남은 대출금까지 꼼꼼히 챙길 겨를이 없었다. 또 월급관리ㆍ소비지출관리ㆍ종잣돈마련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의가 되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라는 생각도 이젠 위안이 되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이자가 워낙 높다는 걸 최근 들어 알아챘기 때문이다. 박씨는 “대출이자가 아깝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면서 “학자금을 모두 갚고, 병원 개원자금ㆍ자동차구입비ㆍ결혼자금까지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Q1 지출구조
 
레지던트 2년차인 박씨의 급여는 월 270만원이다. 자산은 월급통장(보통예금)에 모인 1200만원이 전부다. 부채로는 학자금 대출 5800만원이 있다. 외출을 자주 못하는 탓에 쇼핑이나 여가생활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부모님과 함께 생활해 주거비도 들지 않는다. 고작해야 식비(60만원), 개인용돈(40만원) 등이 주요 지출이다. 교통비(30만원), 통신비(15만원), 부모님용돈(20만원)을 포함하면 지출은 월 165만원 선이다. 학자금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매달 50만원이다. 이렇게 총 지출은 215만원으로 잉여자금 55만원은 통장에 넣고 있다.

경제활동에 무관심해 부모님이 납입해주시는 보험 외에 가입한 보험이나 적금은 전혀 없다. 학자금을 갚고 나면, 결혼자금ㆍ자동차구입비ㆍ개원자금 마련이 목표라는 박씨. 특히 목돈이 드는 개원자금 마련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Q2 문제점
 
박씨가 3년 후 전문의 자격을 딸 때까지 현금 흐름이 변하지 않을 듯하다. 지출은 과한 편이 아니지만 대출금 부담은 상당히 크다. 무엇보다 4.9~5.7%의 이자율을 적용받는 학자금 대출이 문제다. 신용카드 내역서를 보지 않는 박씨의 습관도 문제점이다.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제대금이 얼마 빠져나갈지 몰라 잉여자금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통장이 하나라는 것이다. 재테크의 기본인 ‘통장 나누기’를 아예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지만 박씨는 전혀 무관심했다. 재무목표는 뚜렷하지만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습관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전문의가 된 후에는 금전적으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겠지만 지금 같은 습관으론 재무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밝은 미래를 기다리는 건 무리다.

Q3 개선점
 
일단 저축예금(1200만원)으로 대출액 5800만원 중 고금리 대출(5.7%ㆍ1000만원)을 상환했다. 남은 200만원은 CMA 통장에 넣었다. 4.9% 이자율의 대출 700만원은 대환대출(금융회사에서 대출받아 이전의 대출금을 갚는 제도)을 실시했다. 나머지 4100만원(3%)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줄인 대출이자 20만원과 잉여자금 55만원 등 75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 이중 10만원은 비상예비자금으로 CMA에 넣기로 했다 적립식펀드(25만원), 적금(40만원)으로 병원 개원 등 장기 재무목표에 대비했다.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를 개설, 불필요한 소비도 줄였다. 대출도 다같은 대출이 아니다. 꼼꼼히 따져보면 매달 아까운 이자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송은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yieun2060@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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