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하우스푸어 가장의 재무설계

직장인들이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월급이 통장을 스쳐갔다”이다. 직장인의 통장엔 그만큼 돈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그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주거비다. 월세든, 전세든, 자가든 주거비는 한국 직장인 대다수의 고민거리다. 그중 집을 소유하고도 가난한 ‘하우스푸어’의 고민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각종 규제정책으로 예전만큼 큰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 주택 구입의 목적이 '투자'에서 '주거'로 바뀌어야 할 때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각종 ‘~푸어’가 넘쳐난다. 하우스푸어, 베이비푸어, 워킹푸어…. 빚을 지지 않고서는 집을 사기도, 자녀를 키우기도 여렵다는 방증이다. 그렇게 늘어난 푸어족은 도처에 있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의 조사 결과, 직장인 응답자의 70%가 “나는 푸어족이다”고 답했다. 그중 집은 있지만 대출금 갚는데 급급한 ‘하우스푸어(10%)’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상영(37ㆍ가명)씨도 전형적인 하우스푸어다. 김씨는 결혼 7년차로 두아이를 둔 가장이다. 그는 6년 전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를 구입해 현재 그곳에 거주중이다. 당시 빌라 구입비 1억8000만원을 전액 대출받았다. 6년간 상환 후 남은 대출금은 1억3000만원. 김씨는 당장은 빚이 버거워도, 빌라 가격이 오르면 결국 이득이 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의 기대와 달리 빌라 가격은 답보 상태다. 그럼에도 김씨는 또다른 주택을 구입할 계획을 짜고 있다. 지인의 권유로 경기도 광주의 신규 분양아파트에 청약해, 4억원대 아파트에 당첨됐기 때문이다. 현재 계약 전으로, 누나에게 계약금 목적의 3800만원을 빌렸다. 향후 집단대출을 이용해 중도금을 갚아나갈 계획이다. 빌라 구입비 상환도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거액의 빚이 더 생겨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자산상태가 불안한 김씨. ‘수도권 아파트 두채’라는 꿈에 빠져있는 사이, 하우스푸어에 길에 들어서고 있다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Q1 지출구조
 
김씨의 월급 실수령액은 530만원이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대출금이다. 신용대출(12만원), 주택자금대출(120만원), 학자금대출(8만원)으로 총 140만원이 나가고 있었다. 소비성지출은 생활비(100만원), 공과금(15만원), 교통비(20만원), 개인용돈(30만원), 통신비(20만원), 경조사비(35만원), 외식ㆍ여가비(40만원), 교육ㆍ의료비(30만원), 부모님용돈(50만원) 등 340만원이었다. 

보험은 중복 가입 상품이 많아 최근 한차례 조정했다. 그 결과, 종신보험(26만원), 실손보험(14만원), 자동차보험(5만원)등 45만원이었다.저축이나 연금은 따로 가입하지 않았고, 자녀교육비와 노후자금 마련은 꿈도 못꾸고 있었다. 김씨의 자산은 빌라 한 채다. 자산가치로 따지면 5000만원 가량이지만, 아파트 계약금 3800만원을 갚고 나면, 그의 손에 남는 건 1000만원 남짓이다.

Q2 문제점
 
김씨의 가계부가 우려스러운 건, 아파트 구입을 위해 대출을 늘리려 한다는 점 때문이다. 전형적인 ‘하우스푸어’의 길을 가고 있는 김씨. 단순계산으로 4억원을 3% 금리의 10년 분할상환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10년간 이자가 총 1억2000만원이다. 월 430만원씩 상환해야 하는 셈이다. 기타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아파트 매입에 드는 비용은 5억5000만원가량이다. 

앞서 구입한 빌라 가격이 6년간 오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아파트가 10년 후 투자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더 큰 문제는 김씨가 부동산과 대출 시장에 문외한이라는 점이었다. 또 부동산 투자에 집중한 나머지 미래 대비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복되거나 과도한 보험료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기업에 다니며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김씨. 그에 따른 막연한 안도감과 주변의 투자 부추김도 문제아닌 문제였다.

Q3 개선점
 
하우스푸어라는 블랙홀에 빠지지 않으려면, 주택을 ‘투자’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 김씨는 4억원대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기로 했다. 계약금 목적으로 빌린 3800만원은 상환했다. 거주 중인 빌라(1억8000만원)를 팔고 대출금(1억3000만원)을 모두 갚았다. 매달 140만원의 대출이자(상환액 포함)를 줄이게 됐다. 26만원 납입의 종신보험도 6만원으로 축소, 총 160만원을 절약했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70만원의 아파트에 입주했다. 5년후 주택마련을 위한 적립식펀드(50만원), 변액연금(20만원), 학자금저축(20만원)에 가입했다. 김씨처럼 ‘아파트 소유’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느라 현실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가는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권희영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0coach@naver.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