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약정요금 할인율 상한조정 그 이후 …

‘선택약정요금 할인율 상한조정’.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의 핵심이었다. 업계는 수천억원의 영업 손실과 주주 피해를 이유로 행정소송까지 준비했었지만 결국 정부 정책에 협조했다. 그렇다면 이통3사 주장처럼 이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되레 이익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통신 3사가 백기를 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8월 29일 “이통3사가 선택약정요금 할인율 상향조정안案을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통사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줘 고맙다”고 말했다. 오는 9월 15일부터 이동통신 신규 가입자는 선택약정요금제를 고를 경우 5% 상승한 25%의 할인 혜택을 받는다.

소비자도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저렴한 요금제를 쓰기 위해 휴대전화 구입을 미뤄온 노력이 결실을 맺게 생겨서다. 통신업계는 10월에만 70만~80만명의 신규 가입자가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2년 약정이 곧 만료되는 기존 가입자들까지 합하면 이번 상향조정의 혜택을 받는 가입자는 최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통3사는 우회적으로 ‘답답한 심경’을 드러낸다. “높아진 할인율만큼 이익이 줄어들 게 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만지작거리는 보편요금제, 단말기 완전 자급제 등 추가정책도 에둘러 비판한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5세대 이동통신(5G)도 대비해야 하는데 정부가 규제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투정’에 불과하다. 사실 이통3사는 ‘선택약정요금 할인율 상향조정’으로 별다른 손해를 입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들이 가장 무서워했던 ‘소급 적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소급 적용안이 통과됐다면 이통3사의 손해는 월 240억원(평균요금 4만원 가정시ㆍ선택약정할인요금 이용자 1200만명×추가 5% 할인금액 2000원)에 이를 가능성이 높았다. 소급적용으로 기존 선택약정요금 이용자에게도 할인혜택이 적용돼서다.

‘이통3사의 이익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8월 31일 기준으로 SK텔레콤에서 월 5만6100원 요금제로 갤럭시S8플러스(128G)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21만원의 휴대전화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보조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함께 부담하는데, 비율은 알 수 없으니 50% 비율로 통신사가 낸다고 치자. 그러면 통신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가입자 1명당 최고 10만500원이다.

이번엔 가입자가 2년 약정으로 선택약정요금제를 고를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러면 이통사는 추가 할인(5%)으로 2년간 6만7320원을 부담한다. 이통사로선 3만7680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휴대전화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전례도 있다. 2014년 10월 이통3사는 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12%였던 선택약정요금 할인폭을 20%까지 확대했다. 실적이 악화될 거란 우려가 나왔지만 이듬해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했고, 2016년 3분기가 돼서야 이익 성장률이 줄어들었다.

물론 2019년부터는 이통3사의 영업이익이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약정이 만료된 기존 가입자들도 선택약정할인요금제로 이동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갑이 부쩍 얇아진 고객들의 등골을 빨아먹어서야 되겠는가. 통신비로 배를 채우던 이통3사도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을 때가 됐다. 그게 진짜 경쟁이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김흥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pro11@hanafn.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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