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개인의 책임’

▲ 연극 ‘개인의 책임’은 포기할 게 많아진 우리의 이야기다.[사진=극단 전망 제공]

남들과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처럼 살아보려 했다. 그건 또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너무도 평범하게 여겨지던 일이 대단한 일로 여겨지는 시대. ‘포기’는 어느덧 일상이 돼버렸다.

선배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창과 무역회사의 계약직 직원인 주란. 대학 때 만난 기창과 주란은 7년째 연애 중이다. 일찌감치 결혼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어느날 임신테스트기에 선명하게 두줄이 그어졌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딱 두가지다.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거나.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살아야 할까. 그렇게 살면 남들처럼 잘 살 수 있을까. 기창과 주란은 다가올 시간들을 예상해본다. 한번도 내 일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대출, 육아, 재취업 등이 대화에 끼어든다. 그럴수록 서로에게 자꾸 기대하게 되지만, 그럴수록 누군가는 하나씩 양보하고 희생해야 하는 현실이 그려진다.

연극 ‘개인의 책임’은 쉬운 것 하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이전 세대에선 당연했던 취직, 결혼, 임신과 출산 등은 이제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분명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된다고 배워왔는데, 정작 사회는 아무것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이제 모든 건 개인이 선택하고,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혹시 내가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자꾸 핑계를 대고 있는 건 아닐까’ ‘사회를 탓해도 되는 것일까’라고 자꾸만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는 시절이다.

‘개인의 책임’은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사실적인 공간에서 날것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연극과 영화의 메커니즘을 결합한 ‘CINEPLAY’다. 무대 위에서 공간을 재현하는 극장을 벗어나 ‘연희정원’이라는 실재 공간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9월 4일부터 10일까지 복합문화공간 연희정원에 가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기창과 주란을 만날 수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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