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않는다」

▲ 아이들은 학교에서 폭력과 반민주적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조퇴 등의 이유로 일찍 학교 밖을 나서봤을 게다. 그때 학교 밖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쓸쓸하다. 놀이터에 친구도 없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청소년들의 삶에서 학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학교가 ‘배움’이 아닌 ‘폭력의 터전’이라면 어쩌겠는가. 저자는 학교가 반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각종 폭력과 인권침해를 묵인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청소년은 학교에서 주체적인 존재로 인정되지 않고 통제와 억압의 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예로 교복을 들었다. 학교는 치마길이, 바지통 등 온갖 교칙으로 학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겉모습을 획일화한다. 학생은 교복을 입는 순간 통제대상으로 전락한다. 저자는 “학교가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 곳이라지만 교복 문화가 있는 한 민주적인 관계는 형성되기 힘들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그 시스템 안에서 온갖 폭력에 노출된다. 또래나 선배로부터 왕따·폭언·신체폭행을 당해도 학교는 쉬쉬하기 일쑤다. 일부 교사에게 폭행·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인 학생은 저항하지 못한다. “너 지금 선생님한테 반항하는 거냐”면서 예의 없는 학생으로 찍히거나 학생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학교는 통제의 차원에서 이런 행태를 묵인한다. 이것이 저자가 염려하는 학교 시스템의 민낯이다. 이쯤 되면 ‘학교 폭력’이 아니라 ‘폭력 학교’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부당함을 바꾸려 목소리를 높여봐도 “학생이 공부나 하면 됐지, 그런게 왜 필요해”라는 이유로 간단히 무시당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 시스템의 모든 초점이 입시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민주적 소양을 갖춘 시민이 필요로 하고 있지만 정작 ‘예비 시민’인 학생들은 학교에서 반민주적 일상을 체험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는 시험을 보기 위한 암기사항일 뿐이다.

이제는 정말 바꿔야 할 때다. 저자는 “입시교육 위주의 학교 시스템을 철폐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번엔 몇명이나 명문대를 보낼 수 있냐”며 학교가 현수막에만 신경 쓰는 동안 학생의 속은 곪아가고 있다. 이대로 놔두면 학교는 계속해서 폭력과 권위에 찌든 사회인을 양성할 거다. 저자는 “학교라는 공간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한 얘기가 아니다. 지금 당신 자식들의 미래가 망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세 가지 스토리

「나는 아스퍼거증후군입니다」
곤다 신고 지음 | 시그마북스 펴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중의적인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스퍼거증후군을 의심해볼만 하다. 이 증후군을 겪는 이들은 눈치가 없다며 주변의 따돌림을 받곤 한다. 저자는 이 편견을 깨고자 펜을 들었다. 40에 자신의 증후군을 깨달은 그는 세상과 소통하려 노력했던 자신의 삶을 소개하며, 아스퍼거증후군 환자는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서툴 뿐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사이언스 앤 더 시티」
로리 윙클리스 지음 | 반니출반사 펴냄

도시에 살면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질문을 던져보자. 왜 고층건물은 예외 없이 회전문이며, 선로에 내린 낙엽 때문에 왜 전철이 멈춰야 할까. 저자는 거대한 도시를 지탱하는건 콘크리트가 아닌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도시의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그 속에 숨은 과학 원리를 소개한다. 그는 자신이 상상한 미래도시를 그려보면서, 미래에도 도시는 계속해서 역할을 다할 것임을 강조한다.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권용진 지음 | 카멜북스 펴냄

월스트리트 금융회사가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건 ‘퀀트’ 덕분이었다. 퀀트는 깊은 통찰력으로 자신만의 수학적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직업이다. 이미 세계 금융질서는 이들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탄생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저자는 정보를 가려내는 통찰력이야말로 인간이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데 가장 강력한 기반임을 주장한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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