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7월 말까지 쉬지 않고 달려오던 코스피 시장이 조정기에 돌입했다. 대북리스크, 미국의 정책불확실성 등 대내외적 악재까지 겹치면서다. 문제는 이런 조정 장세가 지루하게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 조정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여전하고 실적 모멘텀도 이어지고 있어 시장이 얼어붙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국내 주식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치적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조정 장세에 들어섰다.[사진=뉴시스]

✚ 국내 증시의 조정 기간이 길어지면서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시의 방향성은 어떤가.
“우상향이다. 국내 증시의 상승세는 단기간에 끝날 사이클이 아니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지지 않았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양호하다. IT라는 주도주가 있고 화학ㆍ철강ㆍ금융 등의 산업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 조정기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2300포인트를 지지선으로 올 연말까진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3분기 기업 실적 발표 시기에 단기 정점을 찍은 뒤 다시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2018년 전망은 나쁘지 않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여전한데다 기업의 실적 모멘텀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2018년 삼성전자가 주도주로 돌아오면 3000포인트 달성도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 올해 5~6월과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급격한 지수 상승을 이끈 원동력은 IT 실적의 엄청난 모멘텀이었다. 2018년에도 대형 IT 관련주의 이익은 증가하겠지만 증가폭은 완만해질 것이다. 성장주였던 IT 관련주가 가치주로 변한다는 것이다. 올해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 증시를 이끈 IT의 힘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에 동조하는가.
“국내 증시 주도주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IT 혼자 증시를 이끌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는 의미다.”

 

✚ IT를 대체할 업종은 무엇인가.
“철강ㆍ화학ㆍ정유ㆍ금융 업종 등으로 좋은 흐름이 확산돼야 한다. 3000포인트 달성을 위해선 다른 산업에서도 회복세가 나타나야 한다. 문제는 그 강도가 세지 않다는 것이다. IT 관련주가 경험한 실적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종이 의미 있는 주도주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 외국인 자금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식이 많이 올랐으면 파는 게 맞다. 지금의 외국인 매도세는 오른 주식을 팔고 수익을 내는 차익실현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 매도한 이후 실적이 좋으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그렇다. 지금은 자금유출이 아닌 자산 편입 중을 재조정하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게 바람직하다.”

✚ 국내 증시가 하락하면서 저평가 이슈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의 적정 주가수익률(PER) 수준은 12배 정도다. 이를 위해선 배당성향 향상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250만원을 넘어선 것도 주주환원 정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실적이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유와 경영이 밀착돼 있는 국내 기업의 속성상 주주와 특정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주환원 정책만 강화해도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

 

✚ 적정 배당성향은 얼마로 보는가.
“시가 배당 3%는 해야 한다. 은행 이자보다는 최소한 3배는 높아야 한다. 위험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어느 정도 높여줄 필요가 있다.”

✚ 개인투자자가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다.
“간접상품에 투자하든 지수연동형 펀드(EFT)등 패시브 상품(시장 평균 수익률)에 투자하든 직접 투자를 하든 개인이 선택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전문가에게 맡기고 전문가가 부진하면 다른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위험자산에 투자하면서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회피하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 투자자의 투자관점도 바꿔야 한다는 얘긴가.
“그렇다. 주식은 위험성이 있는 투자다. 원금이 반토막 나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 시세가 움직인다고 흥분하는 것도 위험하다. 전문가인 증권사 보고서가 리포트에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고 투자 결정은 투자자가 판단해야 한다’고 명기한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도 주가를 100% 맞출 수 없다는 얘기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될 때는 쉬는 것도 투자다.”

✚ 투자 팁을 준다면.
“자기가 잘 알고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업황, 밸류에이션 등을 일일이 따져보고 분할 매수하는 건 기본이다. 그렇다고 10개 이상의 종목에 투자하는 건 좋지 않다.”

✚ 기대 수익률의 수준은 어디에 맞추는 게 좋은가.
“연 5~6% 정도를 노려보는 게 적정하다고 본다.”

✚ 투자 전 꼭 살펴봐야 할 건 무엇인가.
“첫째는 재무제표다. 재무적으로 힘든 기업엔 투자해선 안 된다. 둘째는 실적 방향성이다.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을 사야 기회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밸류에이션이다. 아무리 실적이 좋고 탄탄한 기업이라도 밸류에이션이 높으면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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