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택시운전사

▲ 영화‘택시운전사’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 서울로 돌아오면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어렵게 광주에 도착하지만 광주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광주의 실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섭은홀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딸 걱정에 초초해지는데….

“내 눈으로 진실을 보고 전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에서 시작한다.

감독은 5ㆍ18의 실상을 전세계에 처음 알린 독일 기자와 그를 1980년 광주 한가운데로 태워다준 기사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이들이 광주까지 가는 길, 광주에서 만난 사람, 광주의 참상을 두 사람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 ‘택시운전사’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평범한 택시운전사와 외신기자, 그 시절을 살아간 광주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이런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도리’를 꼽는 듯하다.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간다’고 말하는 피터, ‘택시비를 받았으니,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줘야 한다’는 만섭의 도리에서 영화가 출발하기 때문이다. 두사람이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소시민인 황태술(유해진)과 평범한 대학생 구재식(류준열)도 양심과 상식, 인간의 도리에 맞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비장한 사명감이 아니라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에 그냥 맞선다.

영화는 1980년 광주의 생생한 모습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작진은 1980년대 느낌이 남아있는 길을 찾기 위해 5개월에 걸쳐 장소를 물색했다. 전라남도 장성의 폐고속도로와 숲 속의 샛길을 비롯해 광주ㆍ마산ㆍ순천ㆍ합천ㆍ대전ㆍ김천ㆍ양양ㆍ보령 등 전국 9개 이상의 지역을 찾아내 당시의 길을 되살려냈다.

이런 노력에도 영화의 주된 무대인 광주 ‘금남로’를 표현하는 건 쉽지 않았다. 4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거리에도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오픈 세트를 짓기로 결정하고 광주의 한 공터에 실제 크기의 금남로를 재현했다.

영화를 연출한 장훈 감독은 “너무나 평범한 서울의 택시기사 만섭의 눈에 비친 시대의 모습과 소시민의 마음속 격랑을 따라가고 싶었다”며 “역사는 위인들로 인해 이뤄지는 거대한 어떤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선택과 용기가 모여서 이뤄지는 세밀화와 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당시 사람의 이야기가 결국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임을 알리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의도라는 얘기다. ‘내가 저기에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을 통해 과거의 일을 현재로 치환하는 영화 택시운전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