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라이신 사업 되찾았지만 …

▲ 대상은 2017년까지 소재부문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뉴시스]

식품업체 대상에 ‘라이신’ 사업은 꼭 되찾아야 할 사업이었다. 외환위기던 1998년 눈물을 머금고 삼손처럼 강한 실적을 내던 사업을 매각해서다. 놀랍게도 대상은 17년 만에 사업을 되찾았지만 돌아온 삼손은 머리카락이 빠져 있었다.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대상이 ‘돌파구’를 찾아낸 건 2015년이었다. 17년 전 이 회사의 핵심이었던 ‘라이신(동물용 사료에 쓰이는 필수 아미노산)’ 사업 부문을 화학제조업체 백광산업으로부터 인수했기 때문이었다. 라이신은 외환위기가 막 시작된 1998년 독일 바스프사社에 팔았던 사업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했지만 경영난 때문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스프사 역시 실적부진 탓에 이 사업을 백광산업에 9년 만에 넘겼고, 그로부터 6년 후 다시 대상의 품에 안겼다. 대상은 샴페인을 터뜨렸다. 치열해지는 식품업계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포부도 크게 품었다. 2017년까지 라이신 3000억원, 전분당 6000억원 등 소재부문 매출 1조원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후 2년, 대상은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까.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액 72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6% 감소했다. 소재 부문 매출액도 목표치를 밑돌았다. 이 사업의 매출은 지난해 목표치인 1조원에서 한참 모자란 7487억원(KB투자증권)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상의 라이신 사업 부문이 신통치 않았던 이유는 숱하게 많다. 시장이 연평균 7~8%씩 성장했지만 경쟁자도 늘었다. CJ제일제당, 아지노모토(일본), ADM(미국) 등 라이신 빅3는 세계시장의 80%(2015년 기준)를 점유했다.

하지만 대상은 한자릿수 점유율을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이후엔 중국의 GBT, 매화 등 신생업체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출혈경쟁이 시작됐다. 국제 라이신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대상은 “중국 신생업체들이 빠져나가고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면서 “기술력을 갖춘 대상은 승산이 아직 있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라이신 시장의 공급 과잉이 심각하다”면서 “대상에 녹록지 않은 환경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애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업 규모가 작은 대상은 외부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라이신 업황이 개선되지 않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꼬집었다. 숙원이던 라이신 사업을 인수한 게 대상에 득得이었는지를 확인하는 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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