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홍순성 1인기업협동조합 이사장

홍순성(47) 1인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서버 운영 엔지니어였다. 12년 전 방문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목격하고 자신의 직업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그는 직감했다. 1인 기업가로 변신한 그를 옛 동료들은 부러워한다. 그는 3년간 한시간씩 투자해 평생 할 1인 기업을 창업하라고 권했다.

“1인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서서히 준비할 수 있습니다. 상당한 자본금이 필요한 일반적인 자영업 창업과 뚜렷이 다른 점이죠.”

홍순성 홍스랩 대표는 1인 기업가는 전문성은 기본이고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걸 제공할 수 있는 시장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잘하는 것과 시장이 필요로 하는 건 달라요. 시장성을 전문성보다 우위에 둬야 한다는 거죠. 단적으로 요즘 대세인 ‘먹방’을 잘하는 연예인이 방송에서 파는 건 전문성이 아닙니다. 뭐가 됐든 잘하는 건 기본이고 자신이 잘하는 걸 사람들에게 팔 줄 알아야 돼요. 정보력, 네트워킹 능력, 스마트워킹 전략도 필요하죠.”

홍 대표는 강의와 저술을 주업으로 하는 1인 기업가다. 스마트워킹, 1인 기업가 및 책 쓰기 등을 주제로 강의·컨설팅을 하고 책도 쓴다. 이렇게 강의할 수 있는 주제가 총 7가지. 주제를 바꿔가며 한 기업에서 일곱번까지 강의를 할 수 있다. 팟캐스트 ‘나는 1인 기업가다’를 운영하고, 이를 토대로 지난 3월 「나는 1인 기업가다」란 책을 냈다.

✚ 수입이 얼마나 되나요?
“봉급쟁이 시절의 두배 가까이 됩니다. 사실 그쯤 돼야 생존할 수 있죠. 조용히 연간 1억~2억원 버는 1인 기업가가 꽤 됩니다.”

✚ 1인 기업가가 되면 뭐가 좋은가요?
“직장에 매여 한 곳에서 하던 일을 여러 곳에서 받는 거죠. 처음엔 수입이 더 적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 1인 기업가도 마케팅이 필요할 텐데요?
“책, 강의 등 제가 생산하는 콘텐트 자체가 곧 마케팅 툴입니다. 블로그, 팟캐스트, 페이스북 등도 홍보에 활용하죠. 자신이 잘하는 것, 시도하면 잘할 수 있는 것,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이 세 가지에 주력해야 합니다.”

▲ 홍 이사장은 "1인 기업가가 되려면 과거의 경력과 경험을 내려놔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홍스랩 제공]

그는 자신의 모든 콘텐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래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을뿐더러 실은 그 편이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오픈 소스 마인드랄까?

홍 대표는 지난 2월 1인기업협동조합을 만들어 이사장을 맡았다. 조합원은 현재 21명이다(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6년 현재 1인 기업은 24만9774개다).

그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필요성을 느끼는데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1인기업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1인 기업가들의 울타리 같은 것이죠. 혼자 하다 보면 스스로 결정할 게 많습니다.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제대로 결정하도록 조언도 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방법도 알려주는 거죠. 100세 시대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죠.”

✚ 출퇴근하지 않는 1인 기업가는 평소 자기 규율에 능한 사람이라야 하겠어요?
“건강 관리를 비롯해 외모 관리 등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성실하게 한 사람이 조직을 떠나 1인 기업가가 돼도 잘합니다. 자기 규율이 잘 되지 않으면 통제할 수 있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을 오가며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 1인 기업가가 되려면 얼마 동안 준비해야 합니까?
“개인 차가 있습니다.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 개발자나 디자이너라면 바로 독립할 수도 있어요.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면 적어도 3년은 준비해야 합니다. 3년 동안 매일 한시간씩 앞으로 평생 할 일에 투자하는 겁니다. 조직이라는 배에서 내리기 전 1인용 작은 배 만드는 기술을 익혀야죠.”

✚ 무슨 준비를 해야 하나요?
“1인 기업가로 사는 법, 스스로를 마케팅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고 세무 지식도 필요합니다. 단적으로 공무원이나 대기업 출신은 순환근무로 일이야 두루 잘하겠지만 시장의 요구에 맞는 전문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죠.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고 강점을 상품화해 대외적으로 팔아 봐야 합니다.

1인 기업가는 스스로 상품이 돼야 해요. 외부 수입이 급여의 70% 선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새 일에 집중해도 좋습니다.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가 말하자면 조직을 떠날 시기죠. 요컨대 직장 다니면서 주어진 일만 할 게 아니라 장차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수의 1인 기업가들이 강의를 병행한다. 그는 강의를 하려면 시장의 수요를 파악해 강의 콘셉트와 타깃 청중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이 하는 괜찮은 강의를 따라하지 말고 시장 조사를 토대로 자신이 강의를 잘 할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장이 필요로 하고 강의 콘셉트가 좋으면 마케팅 비용도 덜 들죠. 베이비부머가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을 강의할 수도 있어요.”

스펙 좋아야 하는 일 아니다

✚ 베이비부머에게 1인 기업가의 길을 권하겠습니까?
“베이비부머가 연간 80만명씩 쏟아져 나온다고 합니다. 8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 이제 1인 기업가가 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1인 기업가가 되려면 과거의 경력과 경험을 내려놔야 합니다. 더욱이 낙천적이고 변화와 도전이 잘 맞는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어요.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1인 기업도 지속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당장은 수입이 직장 다닐 때의 5분의 1로 줄 수도 있어요. 차츰 일을 늘리면 5분의 3까지 회복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고용하면 평생 일할 수 있습니다. 매출이 늘어도 고용은 줄이는 시대입니다. 대기업 내 인력 시장은 결국 붕괴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1인 기업가 10년차다. 일찍이 전문성을 인정받았지만 자신이 이른바 스펙이 좋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

“인터넷 시대가 열렸을 당시 가장 필요했던 서버 운영 기술이 있었고 그렇다 보니 스펙 같은 걸 따지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행사에 초청 받아 키노트 발표를 하기도 했어요.”

2005년 초 그렇게 찾은 MS에서 그는 원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목격했다. 서버에 의존할 필요 없는 무정지 시스템이 그때 이미 태동하고 있었다. 5년 후면 서버 운영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의 예상대로 2010년 무렵 이 일은 도태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 일을 하는 옛 동료들이 지금은 자신을 부러워한다고 그가 귀띔했다.

“궁극적으로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해야 합니다. 오프라인 시대엔 대기업만이 브랜드화할 수 있었어요. 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콘텐트를 만들어낼 능력만 있으면 책을 쓰지 않아도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 유튜브, 팟캐스트 등을 기반으로 1인 기업가로서 브랜드력을 쌓을 수 있게 됐어요. 블로그에 내가 올린 글이 곧 나의 콘텐트예요. 1000명의 팔로워만 있으면 자기만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상은 나의 상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그는 페이스북을 자신의 존재와 하는 일을 세상에 알리고 대중을 상대로 계속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에 올린 글도 페이스북에 공유한다. 바이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청년들도 1인 기업가를 할 만한가요?
“40대 이상은 1인 기업을 대부분 몰랐습니다. 청년들은 달라요. 1인 기업에 대해 모르면 선배 세대와 같은 운명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조직은 나를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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