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영 기자가 클리닉 직접 받아보니…

▲ 스토어닥터는 자영업보다는 가맹점 관리가 확실한 프랜차이즈 창업을 추천했다.[사진=천막사진관]
나에겐 작은 꿈이 있다. 분위기 좋은 음악이 흐르는 ‘작은 카페’를 여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넌 느긋한 성격 때문에 창업을 하면 안 된다고….”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은근히 오기가 발동한다. 나에겐 ‘창업 DNA’가 없는 걸까. 스토어닥터에게 나를 맡겨봤다.

난 2년차 기자다. 더스쿠프(The SCOO P) 공채 1기로, 2016년 1월 입사했다. 대학 졸업 후 1년가량 아르바이트나 단기업무를 하면서 용돈벌이를 했다. 당연히 여윳돈도, 종잣돈도 거의 없다.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 기껏해야 5000만원 수준이다. 그렇다고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편도 아니다. 느긋한 성격 탓에 ‘차근차근 모으는 게’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야심찬(?) 꿈은 하나 있다. 언젠가 작은 카페를 여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는 싫다.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흐르고 갓 볶은 커피콩 냄새가 코끝을 감도는 독립카페를 열고 싶다. 과연 내가 작은 카페를 열 수 있을까. 스토어닥터는 스토어클리닉 과정을 통해 나에게 어떤 처방전을 내렸을까.

스토어클리닉의 진단은 크게 네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창업환경(100점) ▲운영능력(100점) ▲행동유형 ▲스토어닥터와의 인터뷰(100점)다. 먼저 창업환경진단에선 창업자의 기본스펙을 통해 오픈 초기의 안정성을 판단했다.

나는 외식업과 무관한 전공(불교학)에 조리수준이 낮아 점수가 깎였다. 창업박람회나 관련 교육 경험이 없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였다. 하지만 외식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풍부하고 프랜차이즈 로열티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결과는 100점 만점에 48점으로 신통치 않았다.

창업 전 운영 준비 정도와 자립 가능성을 가늠하는 운영능력진단에선 63.2점을 받았다. 서비스 의식, 상권ㆍ교통 정보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경영마인드, 식품위생법규에선 점수가 낮았다.

행동유형진단은 까다롭게 진행됐다. 자신과 맞는 업종부터 직원고객과의 관계형성 방법까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진단은 한국교육컨설팅연구소의 DISC검사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검사 결과, 난 뜻밖에도 ‘완벽주의형’이었다.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기 위해 규정된 절차체계를 중시하는 유형이다. 신중하고 세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융통성이 부족하고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노출됐다.

마지막으로 스토어닥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인관계 스킬, 서비스 태도 등을 점검받았다. 결과는 82점. 긍정적인 태도와 끊임없는 아이콘택트를 통해 호감을 얻었다는 평가다. 네가지 진단을 통해 내가 받은 결과지수는 64.4점. 창업 적합 등급은 F2등급이다. F2는 창업 가능 여부의 ‘경계선’ 정도다. 스토어닥터는 이렇게 조언했다. “자영업 창업은 무리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택하세요.”

결과를 들은 기자 선후배들이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러면 그렇지.” 오늘 난 ‘작은 카페’의 꿈을 접을지 말지 고민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날카로운 취재팀장이 날 째려본다. 애먼 창업 고민하느라 마감이 늦은 탓이다. 그래, 난 2년차 기자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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