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기자가 클리닉 직접 받아보니…

▲ 창업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사진=천막사진관]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해야 하는 이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난 창업을 할 만한 사람일까?”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일찌감치 한식조리와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논 덕분에 ‘창업은 껌’쯤으로 여겼다. 그래서 스토어닥터가 해준다는 창업 진단에서도 놀라운 점수를 기록할 것으로 자신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난 5년차 기자다. 더스쿠프(The SCOOP)의 창간 멤버로,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담당이 금융인 만큼 재테크에도 열심이다. 그래서 경력은 길지 않지만 금융시장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눈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주식ㆍ펀드ㆍ금투자 등 안 해본 재테크도 거의 없다. 공격적인 성격 탓에 손실도 봤지만 짭짤한 수익을 거둔 적도 있다. 재테크 성적표도 제법 알차다.

최대한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은 1억원 정도, 이정도면 크진 않아도 작은 식당 하나는 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난 준비된 창업자다. 더스쿠프 취직 전에 한식조리사와 제과제빵 자격증도 따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장 창업시장에 뛰어들어도 괜찮을까. 창업 적성을 진단하는 스토어닥터는 기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검사는 창업환경진단, 운영능력진단, 행동유형진단, 스토어닥터 인터뷰 진단 등 4단계를 거친다. SD 진단의 경우 5명의 창업 전문가가 협의를 거쳐 대략 일주일 뒤 결과를 도출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시간 관계상 1명의 스토어닥터와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검사 과정을 자평하면 “잘 끝마쳤다”다.

검사 과정에서 “내 안에 꿈틀대는 창업 DNA를 발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품었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우선 창업환경 진단에서 100점 만점 중 겨우 절반을 넘긴 54점을 받았다. 창업을 생각하면서도 창업시장을 향한 관심도가 낮다는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어진 운영능력진단에선 비교적 높은 72점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자신감을 가졌던 ‘사회변화 정보’ 항목에선 20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시장을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시장을 잘 몰랐다’는 얘기다.

스토어닥터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창업ㆍ프랜차이즈 시장의 변화를 좇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며 “창업자의 관점에서 깊이 있는 분석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행동유형 진단에서 ‘창조형’이라는 결과가 나온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약식으로 이뤄진 스토어닥터 인터뷰 진단에서도 비교적 후한 점수인 83점을 받았다.

스토어닥터는 이렇게 총평했다.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발생하는 문제점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돼 창업에 적합한 유형입니다. 하지만 창업에 반드시 필요한 사교성이 부족하고, 관련 정보도 부족합니다.” 사람들은 창업을 쉽게 생각한다. ‘나 정도라면…’이라는 마음으로 사표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창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숱하게 많을지 모른다. ‘작은 식당’쯤은 능히 운영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한식조리사와 제과제빵 자격증을 꺼내 닦았다. 먼지와 함께 허황된 꿈도 날아가는 듯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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