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의 민낯」의전, 한국서 가장 비생산적인 업무

▲ 의전은 수혜자가 각성하고 실천해야 바꿀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 회의에 앞서 웃옷을 벗는 대통령. 수행비서가 옷을 받으러 다가온다. 대통령은 “내가 직접 걸겠다”며 옷을 의자에 적당히 걸쳐 놓고 자리에 앉는다. 그 순간을 포착한 사진 한장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무엇에 목이 말랐던 것일까.

# “눈을 뜨면 에펠탑이 보이는 스위트룸에서 러닝머신을 뛰고 싶다”는 회장님의 한마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서진이 에펠탑 근처 호텔을 수소문한다. “안된다”는 호텔 측에 사정사정하다 결국 회사 직원이 직접 러닝머신을 설치한다.

어떤가. 과하지 않은가. 직장인이거나 직장생활을 해봤던 이들이라면 십중팔구 “그렇다”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거다. 그래, 의전儀典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업무 중 하나다. 저자(허의도 방통위 사무총장ㆍ중앙일보 전 문화부장)가 사회 개혁의 출발점으로 ‘의전의 해체’를 주장한 이유다.

물론 모든 의전이 문제라는 건 아니다. 상황에 걸맞은 의전은 나쁠 게 없다. 문제는 과잉 의전이다. “소수를 위한 ‘폼 잡기’식 의전은 다수의 일상을 파괴하고 행복할 권리를 침해한다.”

논리적 비약 같은가. 의전의 민낯을 들춘 사례 한토막을 보자. 저자의 지인은 국내 대기업 CEO와 일요일에 가벼운 커피타임을 갖기로 했다. 그런데 CEO가 그를 카페가 아닌 집무실로 불렀다. 그가 도착한 회사에는 주차장 안내요원을 비롯한 평사원과 비서진이 출근해 있었다.

황금 같은 주말, 그날 사장님을 의전하기 위해 휴일을 반납한 직원은 모두 13명이었다. 저자가 “의전을 해체해야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힘줘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의전은 직원들의 발버둥만으로 해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접이 목적인 의전 성격상 수혜자가 각성하고 결심해야 바꿀 수 있다. 문제는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을 알게 모르게 떠받드는 의전 문화를 당장 뿌리 뽑을 수 있는 리더는 많지 않을 게 분명하다. 유교문화의 나쁜 잔재, 수직적 조직구조 등 의전 해체를 가로막는 장벽도 탄탄하다. 저자는 이를 ‘개인의 욕망’으로 치부했다. “모든 사람에겐 의전의 욕망이 자리한다. 목과 어깨에 힘을 좀 주고 싶은 거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출근하면 외투를 받아주고, 커피를 타주는 사소한 의전부터 리더 스스로 없애면 된다. 작은 것부터 천천히 바꾸라는 거다.

저자는 강하게 일침을 놓는다. “문제는 의전이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판에 우리는 왜 주렁주렁 의전을 달고 사는가. 사고가 났다고 치자. 높으신 양반들은 왜 수첩 든 간부들을 달고 가는가. 독보獨步를 하면서 현장에서 통찰력 있는 말 한마디를 할 자신이 없는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의전을 폐하라.”

세가지 스토리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에드 용 지음 | 어크로스 펴냄


인간의 몸은 30조개의 인간 세포와 39조마리의 미생물로 구성돼 있다. 미생물은 무임승차자가 아니다. 열심히 질병을 막고 면역계를 조절하는 등 인간세포와 함께 환상적인 팀플레이를 펼친다. 이 책은 미생물이 소독과 박멸의 대상에서 생로병사의 숨겨진 열쇠로 주목받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역사를 담았다. 놀라운 방식으로 숙주와 공생하는 미생물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이 좋은 인생을 만든다」
모기 겐이치로 지음 | 샘터 펴냄


우리가 질문을 하는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름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뇌 과학자인 저자는 질문이란 사고가 정지된 상태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 ‘좋은 질문’을 던졌을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아쉽게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좋은 질문은 없다. 저자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던지는 물음이인생을 바꾸는 해답임을 강조한다.

「최고들의 일머리 법칙」
김무귀 지음 | 리더스북 펴냄


동일한 시간에 더 큰 결과물을 내는 사람이 있다. 학력이나 열정, 야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스터리다. 저자는 ‘일머리’를 높이는 방법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법칙이란 게 ‘지각 안하기’ ‘이메일 즉시 답장하기’ 같은 당연한 얘기들이다. 저자는 사소한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 진정한 프로라고 말하며, 일머리 법칙을 ‘최고 수준’으로 지키며 일하는 프로들의 세계로 안내한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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