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 부동산 대책 이후

▲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소득세 중과 등 수요억제책만으론 부동산 시장을 잡기 어렵다. 단기 부동자금이 생산 부문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물꼬를 터주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사진=뉴시스]

8ㆍ2 부동산 대책의 타깃인 서울과 세종시 등 규제가 강화된 지역의 주택시장은 일단 냉각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부산과 대전, 성남ㆍ의정부를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 청약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석달도 안 돼 벌써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을 두차례 내놨다. 그럼에도 이곳저곳 옮겨가며 아파트와 오피스텔 청약과열 현상을 빚는 것은 기본적으로 저금리 속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이 많아서다. 5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1025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조원 가까이 늘었다.

돈은 속성상 수익을 낼만한 곳으로 움직인다. 단기 부동자금은 더욱 그렇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면 부동산과 주식이 주목받게 돼있다. 최근 한반도 8월 위기설로 주가가 하락하긴 했지만, 주식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지수 상승이란 신기록을 쓰는 등 활황세다. 서울 강남 집값이 뛴 것도 재건축이 몰리면서 단기 공급부족이 맞물린 결과다.

이런 구조적 요인을 놔두고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소득세 중과,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수요억제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단기 부동자금이 생산 부문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물꼬를 트고 임대주택 건설 등 공급확대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마침 정부는 8월 말 3차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린 부동자금을 자본시장 등 생산적 투자처로 돌리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부동자금 자본시장 유입→기업 투자와 소비 증가→내수 진작ㆍ증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로 이끌어야 한다. 이는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이 강조한 금융정책의 양대 기조 중 하나인 ‘생산적 금융’과 맥을 함께 한다.

그러려면 자본시장으로 돈이 흐르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력은 있는데 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자본을 대는 엔젤 투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해주면 엔젤 투자가 늘어나고 벤처 육성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시판했지만 초기에 반짝하고 관심권에서 벗어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함직하다. ISA 가입 문턱을 더 낮추고, 벤처기업 투자 ISA도 만들 수 있게 하자. 예금상품에 몰려 있는 ISA 자산운용 방식에 증권형 상품을 통한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178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슈퍼리치 증세를 꾀하는 마당에 주식투자 자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거론하긴 부담스럽다. 더구나 정부는 내년부터 적용할 세법개정안에서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때 양도차익에 물리는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세제 혜택이나 연기금 투입과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증시 체질을 개선해 장기적으로 자금 유입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고 자본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동안 순환출자 등 얽히고설킨 지배구조와 이에 따른 불투명한 경영은 국내 기업 주식이 저평가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새 정부 경제팀은 직전 박근혜 정부의 과도한 규제완화를 주택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투기 규제를 무한정 끌고 갈 수는 없다. 시장을 뒤따라가는 대책으론 투기를 잡지 못한다. 종합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원활한 주택 수급과 단기 부동자금의 부동산시장 유입 억제대책이 추가로 나와야 할 것이다.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자본시장 수요기반 확충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 간담회에서 “부동산가격을 잡아 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도 이뤄질 게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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