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100세 인생

▲ 간이 피곤하면 어깨 결림, 요통, 두통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간열肝熱이란 말은 한의학 용어라서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간에 열이 있다는 표현은 해부학적인 간(Liver)의 온도가 올랐다거나 간 자체에 어떤 질환이 나타났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간열은 말 그대로 ‘간장肝臟에 쌓인 열’을 말한다. 농촌에서 밭 한쪽 구석에 거름을 쌓아두면 열이 발생하는 것처럼 우리 인체 역시 내부 조직이 소통되지 않고 막히면 속열裏熱이 생긴다. 이런 열이 바로 간열이다.

몸에 결림 현상이 있는 사람은 많든 적든 간열이 있다고 보면 된다. 한의학에서는 간이 기의 흐름을 조절하거나 몸이 필요로 하는 장소에 혈액을 보내거나 스트레스를 막아준다고 본다. 체내에 들어온 독을 무독화無毒化하는 작용도 한다. 이처럼 할 일 많은 간은 좀체 쉬지를 못한다.

우선 식사가 문제다. 현대인은 동물성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인체는 육식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아 동물성 단백질을 소화하는 효소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하루 세끼 육류나 생선을 먹는다. 간이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어디 그뿐이랴. PC를 사용하면 눈에 혈액을 보내야 하고, 공부를 하면 뇌에 혈액을 보내야 하며, 운동을 하면 근육에도 혈액을 보내야 한다. 모두 간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간도 쉬어야 하는 시간이 있다.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다. 몸에 흐르는 혈액을 간에 모아 자양하고 다음날에 대비하는 이 시간에 간은 쉬어야 한다.

현대인은 이 시간에도 누워 딴생각을 하거나, 술이나 야식을 먹는다. 그러면 간은 뇌에 혈액을 보내느라 쉴 수가 없다. 이처럼 인체 생리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간열이 쌓여 어깨 결림, 요통을 비롯해 두통, 정신장애, 생활습관병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만물은 표리일체表裏一體로 존재한다. 한쪽이 차면 정반대 성질로 바뀌는 법이다. 예컨대 화산 분화시 흘러내린 뜨거운 마그마는 식으면 굳어서 딱딱한 용암으로 변한다. 흐물흐물하고 뜨거웠던 성질이 시간이 지나면 차갑고 딱딱하게 바뀌는 것이다.

우리 인체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달리거나 운동을 하면 몸이 뜨거워져 땀이 흐른다. 움직임은 열을 수반한다. 인체의 세포도 움직이면 열을 발생시킨다. 세포에 쌓인 열은 마침내 식어서 굳는다. 차갑게 굳은 세포는 암세포로 변화할 수 있다. 이것이 한의학에서 생각하는 암의 발생 원리다.

담석膽石 등의 결석도, 혈액의 혈전도 열이 찼다가 굳은 산물이다. 병을 막으려면 간열이 쌓이지 않게 해야 한다. 간열이 쌓였다면 굳기 전에 이를 방출해야 한다. 간열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과잉 섭취를 막아야 한다. 하루 한번은 간을 쉬게 하는 ‘휴간일休肝日’을 갖고 채소 중심의 식사를 해야 한다. 술은 삼가고 약이나 건강보조식품도 중단하는 것이 좋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간이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호철 튼튼마디한의원 부산서면점 원장 joint@ttjoint.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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