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저자에게 묻다 ⓴ 「창업자금 23만원」의 저자 전지현 점주

점포수가 3만개가 훌쩍 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편의점. 하지만 점주店主 입장에선 그리 좋은 업종이 아니다. 할 일은 많은데 수익성이 신통치 않아서다. 준비 없이 도전할 만큼 만만한 업종도 아니다. 작은 매장에 불과하지만 ‘큰 매장’과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창업, 어떻게 해야 할까. 「창업자금 23만원」의 저자 전지현(52) GS25 남양주금곡점 점주를 만났다.

▲ 전지현 점주는 "미래 편의점은 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사진=천막사진관]

✚ 편의점 사업을 처음 하는 점주가 겪는 실수는 어떤 것이 있나요.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분야는 근무자 관리와 발주입니다. 잦은 실수, 무단 결근, 연락 두절 등 근무자들의 문제는 상상 이상이죠. 발주도 처음엔 쉽지 않아요. 숫자 3을 33으로 입력하거나, 발주를 깜빡 잊어 입고가 안 되는 일까지 벌어지죠.”

✚ 편의점 초보 점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편의점 창업은 쉽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편의점을 운영하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전 ‘3개월 정도 편의점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해요. 그것도 어려우면 주변 편의점에 찾아가 ‘어떠냐’고 물어보라고 하죠. 편의점 창업 관련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간접경험을 쌓을 수 있으니까요.” 

 
✚ 상품발주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죠? 
“당연한 과정이에요.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상품을 능숙하게 발주하기 어려워요.” 

✚ 노하우가 있다면요. 
“편의점은 주택가ㆍ오피스가ㆍ학원가 등 입지에 따라 그 얼굴이 달라요. 그래서 내 편의점의 얼굴을 빨리 확인하고 거기에 걸맞는 상품을 세팅해야 하죠. 쉽게 말해, 내 점포와 소통하지 않으면 발주도 능숙해지지 않을 거예요.” 

✚ ‘상품을 현명하게 발주하는데, 적어도 3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셨던데요.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그 기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사업이든 1년 4계절을 지켜봐야 데이터를 만들 수 있어요. 그렇다고 1년이 끝인 것도 아니죠. 1년은 준비기간이고 2년은 성장기죠. 그리고 3년이 됐을 때에야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심리를 읽을 수 있어요. 이 기간을 잘 참는다면 토끼보다 빠른 거북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 점포에도 점격店格이 있나요?
“당연합니다.”

✚ 점격을 높이기 위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가요? 
“점격은 청결과 친절입니다. 매장에 고객이 들어섰을 때 정리정돈된 깔끔함이 1번이에요. 여기에 근무자의 밝은 미소가 덧붙여지면 점격이 만들어질 겁니다.” 

✚ 근무자 관리도 중요해 보입니다. 노하우가 있나요?
“노하우는 아니고 ‘절차’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편의점은 작은 매장이지만 할 일이 숱하게 많다.[사진=뉴시스]
✚ 절차요? 
“전 구인광고를 낼 때 점포의 정보를 함께 실어요. 가령, 5개월 이상 근무가능한 분만 지원할 수 있도록 요건을 알려주죠. 그다음은 면접인데, 이 과정에선 ‘어떤 일을 하는지’ 상세히 전달하려 애써요. 면접을 온 사람에게 ‘제 매장’을 선택하도록 기회를 주는 거죠.” 

✚ 흥미로운데요. 세번째는 어떤 절차인가요? 
“3차는 교육입니다. 근무자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죠. 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해요. 마지막으로 ‘매니저’라는 명함을 줘요. 명함을 받은 근무자 또는 알바생에게 자긍심과 존재감을 주기 위해서죠.”

✚ ‘편의점이 동네 랜드마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죠?
“네, 그 길이 옳다고 봐요.”

✚ 그렇기 때문에 근무자 관리 노하우는 중요할 듯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근무자 관리 만으론 편의점이 랜드마크가 되긴 어렵지 않나요? 
“당연합니다. 편의점이 랜드마크로 성장하려면 해당 매장에 ‘가치’를 넣어야 합니다. 가령 ‘가장 편한 곳’ ‘가장 다양한 곳’ ‘가장 친절한 곳’ 등의 가치 말이죠. 그러면 지역 주민들이 해당 매장을 약속 장소로 잡을 거고, 그러면 랜드마크로 성장할 수 있어요.” 

✚ 편의점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 그렇다면 편의점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집 안의 냉장고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회에서 없어선 안 될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거죠.” 

✚ 자세히 말씀하신다면. 
“편의점 초창기의 콘셉트는 ‘24시간 영업’이었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성장기부턴 다른 가치가 포함됐는데, ‘가깝고 편리한 곳’이었어요. 삼각김밥•도시락•택배•ATM 등 생활필요성이 편의점에서 강조된 이유죠. 지금은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1인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 마지막으로 편의점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편의점은 작은 매장이지만 ‘큰 매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걸 공유해야 해요. 그래서 편의점 운영을 쉽게 생각하면 큰코다치죠. 언급했듯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가진 뒤 창업에 도전하세요. 좋은 결실이 있을 겁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더스쿠프 겸임기자) tigerhi@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