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개인사업자의 재무설계

개인사업자는 울타리 밖에 서있다. 일반 직장인과 달리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퇴직금도 받을 수 없어서다.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기 쉬운 이들에겐 장기 재무설계가 필수적이다. 특히 사업규모가 작은 개인사업자는 비상예비자금을 마련해 달라지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 개인사업자는 수입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비상예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479만개. 우리나라 개인사업자 수(통계청ㆍ2015년 기준)다. 취업 및 근로환경이 녹록지 않아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중 82%(393만명)가 ‘1인사업자’라는 사실은 창업이 만만한 분야가 아니라는 걸 방증한다.

통계청 조사 결과, 개인사업자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부동산임대업,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어렵게 하는 건 시장의 치열한 경쟁만이 아니다. 직업의 특성상 불규칙한 소득은 가계를 꾸리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개인사업자가 일반 직장인보다 재무설계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많은 개인사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사업에 쓰는 통장과 개인용도로 쓰는 통장을 구분하지 않는 거다. 충북 음성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김공민(가명ㆍ50)씨도 이 경우에 속했다. 김씨는 20년간 자원재활용ㆍ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부인과 4명의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김씨는 성실히 일해왔다. 덕분에 사업체는 꾸준히 운영이 됐다. 직원 두명을 두고, 매달 600만원가량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줄곧 가장 역할을 해온 김씨는 스트레스도 많다. 고된 업무 강도와 가족 부양의 부담감이 김씨에게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다가온 거다. 딱히 해소할 데를 찾지 못한 그는 일을 마치고 직원들과의 술자리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일상이 됐다. 그렇게 빠져나가는 금액이 얼마인지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Q1 지출구조
 
먼저 김씨의 지출 구조를 살펴봤다. 김씨의 한달 소득은 600만원이다. 이중 여섯가족의 한달 생활비는 150만원가량, 네 자녀의 취업지원ㆍ교육비로는 매달 80만원을 쓰고 있었다. 여기에 용돈(30만원) 통신ㆍ유류비(55만원) 공과금(20만원)과 사업자금(2억원) 대출상환(50만원ㆍ이자포함)으로 155만원을 지출했다. 합쳐 보면 월 385만원, 여유자금은 215만원이었다. 

김씨가 가입한 금융상품은 단출했는데, 가입금액은 꽤 컸다. 노란우산공제(20만원), 보장성보험료(94만원) 등이었다. 보험 내역을 살펴보니 여섯 가족의 명의로 가입한 순수보장성보험이 23건에 달했다. 결국 김씨의 한달 지출은 총 499만원, 여유자금은 101만원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이를 차곡차곡 모으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큰돈이 새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 식사비, 회식비, 출장 경비 등 계획에 없던 돈이 100만원가량이었다.

Q2 문제점
 
김씨의 첫번째 문제점은 사업용 계좌와 가계용 계좌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연히 정확한 수입과 지출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런 주먹구구식 경영의 결과는 불경기에 도드라졌다. 불경기에 대비한 예비자금이 없으니 긴축재정밖엔 답이 없었다. 무계획적으로 쓴 회사경비가 100만원에 달한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두번째 문제점은 매달 보험료를 94만원이나 내고도 제대로 보장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씨는 지난해 척추질환과 성인병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보상청구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세번째 문제점은 네 자녀를 교육시키느라 정작 김씨 부부의 노후 준비는 뒷전이었다는 점이다. 김씨는 “네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결혼까지 시키려면 80세까지는 일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사업체가 잘 운영되고 있지만 언제 리스크를 겪게 될지 알 수 없다. 그에게 재무설계가 시급한 이유다.

Q3 개선점
 
먼저 사업용 계좌와 개인용 계좌를 구분하고, 사업용 계좌를 직원 급여 전용ㆍ구리 거래 전용ㆍ기타자원 거래 전용 계좌로 나눴다. 보험도 리모델링했다. 총 23건 94만원에 달했던 보장성보험을 실손보험을 포함한 13건 42만원으로 줄였다. 회식비 등으로 나간 회사경비 100만원은 아예 없앴다. 

이렇게 생긴 여유자금은 153만원. 부부의 노후를 위해 100만원 납입의 개인연금에 가입했다. 연금 수령시기는 65세, 20년 확정형 상품이다. CMA(30만원)에 비상예비자금도 모으라고 했다. 잉여자금 23만원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계좌에 남겨두기로 했다. 개인사업자라면 사업용ㆍ가계용 계좌를 혼용해 비효율적인 경제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권희영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0coach@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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