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드러난 뺑뺑이 무역의 리스크

[중소벤처부 탄생] 
기운 운동장 다시 세울까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중소벤처부)’로 승격 개편됐다.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소벤처부 신설이 포함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부 승격을 환영한다”면서 “중소벤처부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개편을 통해 중소기업의 좋은 일자리 창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기, 포용적 성장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강력하게 실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됐다.[사진=뉴시스]

중소벤처부는 무역과 수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등에서 중소ㆍ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의 역할이 커진 만큼 이를 뒷받침할 부처 신설이 필요하다는 요청으로 탄생했다. 따라서 중소벤처부는 중소ㆍ벤처ㆍ소상공인 관련 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그간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던 중소기업 관련 사업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조정ㆍ추진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 셈이다.

게다가 중소벤처부는 과거 중소기업청 시절과 달리 국무회의 의안 제출권과 의결권을 갖는다. 목소리에 힘이 더 들어갈 거란 얘기다. 중소ㆍ벤처기업 지원 정책의 내용은 과거보다 더 강력해지고, 추진에 있어서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소벤처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바로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단순히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에 떠밀려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는 거다. 담보 대출 금리와 민간 은행 대출 금리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관행과 제도 개선 과정에서 대기업의 담합 구조와 내부거래, 기술 탈취 문제까지 불거질 수도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개선을 위한 정책들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기업의 30% 수준에 불과한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60~70%)까지 끌어올리려면 연구ㆍ개발(R&D)은 필수다. 이와 함께 글로벌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외교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우수인재도 필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이 중소기업청 시절에 없었던 건 아니라는 점에서 얼마나 새롭고 실현가능한 정책 대안들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금감원 실태조사 이유] 
뺑뺑이 무역에 금융권 또 당해


금융감독원이 반도체업체 메이플세미컨덕터에 대출을 해줘 피해를 입은 은행을 상대로 대출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실태 점검에 나섰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메이플세미컨덕터는 홍콩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에 불량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수출, 국내 5개 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1370억원을 유용했다. 쉽게 말해 수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 대출을 받고, 그 돈을 유용했다는 얘기다. 대출 만기가 도래했을 때는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다시 불량 웨이퍼를 67~760달러에 수입, 페이퍼컴퍼니가 거래 대금을 상환하는 것처럼 속였다. 이른바 ‘뺑뺑이 무역’이다.

▲ 금융감독원이 메이플세미컨덕터에 대출해준 은행들을 상대로 대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사진=뉴시스]

이 사기극으로 무역금융 부당대출 1370억원, 재산국외도피 23억원, 밀수출입 270억원, 해외불법예금 1426억원, 수출입 물품가격 허위신고 960억원 등 무역금융범죄 규모만 4049억원에 달한다. 다행히 메이플세미컨덕터가 대출금을 또 다른 은행대출로 돌려막기 하는 과정에서 피해액은 모두 변제됐다. 하지만 추가 대출을 해준 은행 2~3곳에서 40억~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무역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한 무역보험공사가 수사를 의뢰하고 은행들도 대출 관리를 강화해 금융권에 총 6672억원의 손실을 끼친 모뉴엘 사태는 피했다.

[무너진 하도급 생태계]
영세기업 농락하는 을의 갑질도 문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견ㆍ중소기업들의 하도급 업체를 향한 ‘갑甲질’에 칼을 빼들었다. 20일 공정위는 76개 협력업체에 37억7500만원에 달하는 하도급 대금을 주지 않은 SH글로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10개 업체에 4억3800만원의 지연이자도 지급하지 않았다. SH글로벌은 중소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한국GM의 1차 협력사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을의 갑질’에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정위는 앞서 하도급대금을 후려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화신에도 과징금 3억9200만원을 부과했다. 동시에 검찰에도 고발했다. 화신은 현대ㆍ기아차에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청업체에 하도급 대금 3197만원과 관련 이자를 주지 않은 중소기업 한일중공업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과거 기업 규모를 고려해 제재했지만 최근에는 법 위반 내용에 더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이런 공정위의 변화의 중심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중소기업인들과 만나 “하도급법을 위반한 사업자의 약 79%가 중소사업자고 공정거래법, 가맹사업법 등 위반 사업자의 상당수도 중소기업”이라며 “영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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