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섭, 자연을 조각하다 展

▲ ❶ 관계(위치) Relation(Placement), 1972, 철판·시멘트, 작가소장 ❷ 관계 Relation(Place), 1972, 종이•돌 ❸ 메타포 Metaphor, 1995, 나무·철
“돌이 흙이 되고, 흙이 돌이 된다. 그 순환의 과정 안에 인간이 있다.” 조각가 심문섭에게 자연은 중요한 주제이자 소재다. 흙, 돌, 철, 나무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재료로 작업하는 그는 “작품을 둘러싼 빛, 바람, 대기의 흐름까지 모두 작품이다”고 말한다. 

자연에 대한 그의 경외심은 통영 앞바다에서 시작됐다. 심문섭이 유년시절을 보낸 통영의 앞바다에는 수많은 섬들이 떠있었다. 그 섬들 사이에서 심문섭은 순수하고 근원적인 미지의 세계를 꿈꿨다. 이후 50년에 걸친 그의 작품 활동을 관통한 건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적인 사고관이다. 

조각 작품부터 사진, 회화에 이르는 130여점의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된다. 심문섭의 시기별 대표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지속해온 ‘관계’ ‘현전’ ‘토상’ ‘목신’ ‘메타포’ ‘제시’ ‘반추’ 시리즈도 전시된다. 작품의 재료가 된 물질에서 시작해 물질간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상징성을 확인할 수 있다. 
▲ ❹ 제시 The presentation, 2005, 철·돌·전기설치 ❺ 제시 The Presentation, 2009, 사진드로잉, 작가소장 ❻ 제시 The Presentation, 2009, 사진, 작가소장
회고전을 제안받았을 때 “나는 현역 선수야”라고 답했다는 심문섭. 이번 전시 준비를 하는 3년 동안 작품 설치 도면을 수십장 그렸던 일화는 그의 식지 않는 열정을 방증한다. 196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수상한 이후, 1971년부터 3년 연속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하는 등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심문섭. 그는 조각이라는 카테고리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대부터 시작한 사진, 회화 작품도 전시된다. 그는 “나를 조각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조각이니, 회화니 하는 장르를 벗어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1970~1980년대 앞선 감각으로 ‘조각’을 둘러싼 통념을 깨고자 했던 모습 그대로다. 

전시의 제목인 ‘자연을 조각한다’는 자연의 형상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그 자체’로의 있는 현상을 드러내겠다는 의미다. 우리와 자연이 다르지 않음 깨닫게 될 이번 전시는 10월 9일까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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