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프로메테우스 ❶

‘프로메테우스’는 1979년 개봉한 ‘공상과학 공포물’의 고전 에일리언(Alien) 1편의 30년 전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prequel)에 해당한다. 에일리언 1편의 놀랄만한 성공은 3편의 속편을 만들어내며 무한전진 하더니 갑자기 30년 전으로 후진한 셈이다.

프리퀄 양식은 혜성처럼 나타난 한 인물이 큰 사고를 치거나 대단한 위업을 이루면 그 인물의 어린시절이나 탄생부터 재조명하는 것이다. 예컨대, 전두환이라는 미지未知의 군인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면 30년 전 그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그 불가사의를 설명해준다. 사람들이 눈치 못챘을 뿐 사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무척이나 뛰어나고 될성부른 나무였다는 것을 신문 방송들이 앞다투어 ‘전두환 프리퀄’을 제작한다.

세상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과 세상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다는 방패를 동시에 팔고 있는 상인의 행태가 모순矛盾이라면, 세상 그 무엇도 뚫을 수 없는 티타늄 같은 외피와 세상 그 무엇도 모두 뚫어버리는 초강력 황산 피를 가진 에일리언은 ‘모순’을 극복한 그야말로 우주최강의 괴물이다. 우주탐험에 나선 인간들은 에일리언과 마주치면 이미 ‘전멸’이 예정돼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 우주 최강 괴물의 ‘출생의 비밀’을 밝힌다.

영화 첫 장면에서 태초의 장엄한 지구에 ‘엔지니어’가 방문해 비장한 모습으로 웬 검은 액체를 마시고 몸이 분해되며 물에 떨어져 엔지니어의 유전자를 퍼뜨린다. 까마득한 태초에 인간은 그렇게 엔지니어의 DNA를 받아 탄생한다.

▲ 웨일랜드 회장은 불로장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주로 떠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로부터 수십만 년이라 해도 좋고 수억 년이라 해도 좋은 시간이 흐르고 흐른 어느 날, 아마도 세계 최대의 우주항공 기업 웨일랜드사社(Weyland Corp)의 족히 100세는 돼보이는 웨일랜드 회장(가이 피어스)은 인류 탄생의 기원을 밝히려 우주선 ‘프로메테우스’를 발사한다. 사실은 죽을 날이 머지않은 갑부의 영생 프로젝트다. 창조주인 엔지니어를 찾아 영생의 비밀을 밝혀 그 자신 영생불사 인간 1호를 꿈꾸며 아슬아슬한 노구를 이끌고 프로메테우스호號의 대단히 어울리지 않는 승무원이 된다. 세계 최고의 권력을 쥔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의 꿈에 불노초를 찾으러 동방박사들을 지구끝까지 보냈다면, 세상의 부를 모두 거머쥔 웨일랜드 회장은 불로장생 정도가 아니라 아예 영생불사의 꿈을 찾아 지구 끝이 아닌 우주의 끝까지 도전한다.

웨일랜드 회장은 천신만고 끝에 인간을 창조한 엔지니어들이 살고 있는 어느 행성에 도달한다. 가슴이 뛴다. 자신의 충복이자 못하는 게 없는 안드로이드 인공지능 로봇 데이비드(마이클 패스벤더)를 대동하고 드디어 엔지니어와 조우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인간이 신과 대면한다. 그러나 이 감격적이고 역사적인 만남은 비극으로 끝난다.

‘못하는게 없는’ 인공지능 로봇 데이비드는 과연 뛰어나게도 엔지니어의 언어에도 통달해 잠에서 깨어난 엔지니어에게 유창한 엔지니어어語로 웨일랜드 회장의 방문 목적을 밝힌다. 데이비드는 지능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눈치와 언변이 부족하다. 엔지니어에게 다짜고짜 ‘우리 회장님도 당신처럼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어 당신을 찾아왔다’고 웨일랜드 회장의 말을 엔지니어어로 그야말로 가감없이 직역해 통역한다. ‘구글 번역기’의 비극이 발생한다. 엔지니어는 데이비드와 웨일랜드 회장을 불문곡직不問曲直 단매에 때려죽인다.

인간의 창조주 엔지니어는 영원히 죽지 않고 창조주인 자신과 감히 동급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에 즉각적인 파괴로 답한다. ‘엔지니어님’은 왜 불경스러운 웨일랜드 회장의 응징에 그치지 않고 통역에 불과한 인간도 아닌 로봇 데이비드까지 목을 뽑아버렸을까. 영화 속에서 인공지능 로봇인 데이비드는 자신을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과 동급의 존재이거나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쯤으로 여긴다.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과 감히 맞먹으려 하고 이미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는 데이비드를 인간을 대신해 응징한 셈이다.

웨일랜드 회장을 통해 창조주에 맞먹고 기어오르려는 인간의 욕망을 알아채고 분노한 엔지니어는 우주 최강의 병기 ‘에일리언’ 배양액이 가득찬 우주선을 지구로 발진시켜 인간을 아예 멸종시키고자 한다. 인간의 탐욕과 타락에 분노한 신이 홍수로 세상을 쓸어버리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킨다.

▲ 문명은 축복과 재앙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주신主神 제우스가 감춰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 준다. 불의 전달은 곧 문명의 기원이다. 불은 축복이자 저주다. 적당한 거리에 두고 조심해 다루면 축복이지만 그것이 따뜻하다고 일정거리 이상 가까이 하면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재앙과 저주가 되기도 한다. 

불의 전달로 시작된 문명 역시 그렇게 축복과 재앙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는 복수를 결심하고, 판도라(Pandora)라는 여성을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내 인류에게 모든 고통과 불행을 안고 살아가게 한다. 제우스 신은 판도라를 보내 인간들을 응징했다면, 영화 속 창조주인 엔지니어는 ‘에일리언’을 보내 자신과 맞먹으려는 인간을 멸종시키려한다.

프로메테우스가 훔쳐 온 불로 시작된 과학문명이 이제 감히 신의 창조 영역까지 넘본다. 불을 잘못 다루면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재앙이 되듯, 그것이 인공지능이 됐든 원자력발전이 됐든, 혹은 배아복제 기술이 됐든 오늘 우리가 누리는 온갖 과학문명의 이기利器 역시 조심하고 숙고熟考해서 다루지 않으면 우리에게 제우스가 보낸 ‘판도라’처럼 불행의 근원이 될 수도 있고 엔지니어가 보내는 ‘에일리언’이 될 수도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라틴 어원은 ‘미리 깊게 생각하는 자’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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