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물류에 숨은 덫

오너 일탈, 편법 경영 등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감독 당국은 개혁 메스를 들고 수술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점을 오너 리스크에만 한정하면 올바른 집도가 어렵다. 어쩌면 더 곪아있는 건 가맹본부가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수익구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가맹본부들이 주 수익원인 로열티를 버린 이유’를 취재한 이유다.

▲ 프랜차이즈 산업의 문제점을 가맹본부 오너의 개인비리로만 치부해서는 곤란하다.[사진=뉴시스]

프랜차이즈 사업. 가맹본점의 브랜드를 빌려 높은 수준의 인지도와 재료, 영업 방식 등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일종의 ‘비법 전수’다. 그런데 이 산업이 요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중 핵심은 가맹본부 오너 리스크. 이들의 성추문과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새 정부의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기관이 ‘개혁 메스’를 꺼내들었다.

공정위는 ‘가맹본부 갑질’ 해소를 명분으로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불필요한 물품을 강매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가맹점 모집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정하는 내용 등을 숙의 중이다. 정치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고 가맹본부 규제 법안을 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만으로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적폐를 해소하기 어렵다. 이동주 전국을살리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일부 가맹본부와 오너의 갑질 및 비리 행위만 들춰내선 안 된다. 이들은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그것만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못 살겠다’ 외치는 건 수익성 때문이다. 가맹점당 연 수익이 월급쟁이 평균 연봉보다 적다. 장사를 열심히 했으니 매출이 적은 건 아닌데, 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 반면 가맹본부는 승승장구한다. 가맹본부가 탐욕을 부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도 하다. 결국 진짜 문제를 파악하려면 가맹본부의 수익구조를 분석해야 한다.”

가맹본부의 수익구조 중 하나는 가맹비(로열티)다. 여기엔 참 많은 게 담긴다. 상표사용권, 메뉴제조법, 매장운영법, 고객 응대법 등 영업에 필요한 사항을 전수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다. 법에도 근거가 있다. 가맹사업법이 설명하는 가맹사업의 정의를 보자.

가맹본부의 이상한 수익 구조

 

“가맹사업이란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로 하여금 자기의 상표, 서비스표, 상호, 휘장 또는 그밖의 영업표지를 사용해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또는 용역)을 판매하도록 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경영ㆍ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ㆍ교육과 통제를 한다. 가맹점사업자는 그 대가로 가맹본부에 금전을 지급하는 계속적인 거래관계다.” 여기서 등장하는 금전이 바로 로열티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유지되는 본질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국내 가맹본부의 돈줄은 로열티가 아니다. 최근엔 ‘가맹비 50% 할인’ ‘상담시 가맹비 무료’ 등의 문구를 내걸고 로열티를 받지 않는 본부도 많다. 프랜차이즈 산업 관계자는 “업계 추산으로 10곳 중 6곳 정도는 로열티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열티가 주 수익원’이 아니라는 건 두가지 의문을 갖게 한다. 첫째, 가맹본부가 수익을 올리기 가장 쉬운 로열티를 왜 포기했느냐는 거다.

답은 간단하다. 로열티를 통해선 ‘큰 마진’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가맹본부는 로열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공정위에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맹본부들이 로열티를 포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로열티가 ‘분쟁 이슈’로 떠오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의문은 ‘그렇다면 가맹본부의 수익원은 뭐냐’는 거다. 이는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가 왜곡된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로열티로 ‘큰 마진’을 챙길 수 없게 된 가맹본부들은 다른 곳에서 수익을 챙기기 시작했다. 가맹본부가 주요 재료를 가맹점에 공급하면서 얻는 마진, 바로 ‘유통수익’이다. 언뜻 가맹본점의 유통 수익 추구는 합리적인 일이다. 주요 재료를 동일하게 공급해야 가맹사업의 본질인 ‘상품ㆍ서비스’의 균질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 원리로 치면 가맹본부가 저렴하게 매입해서 다수의 가맹점에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덩치가 큰 본부는 가맹점보다 물류를 구입하는 자금조달에도 유리하다. 보통 다른 유통라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없는 자체 노하우 상품을 공급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들인 수고를 감안하면 가맹본부가 수익을 얻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많은 가맹본부가 과한 수익을 추구하려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다. 공급재료 유통을 독점하면 거품은 언제든 만들어 낼 수 있다. 제품을 유통하는 데 부가되는 마진은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오너 친인척들이 식자재 공급 회사를 차려 물품을 공급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은근슬쩍 ‘통행세’를 잡으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유통 독점이 무서운 이유

일부 가맹본부는 이렇게 항변한다. “우리가 직접 재료 유통을 담당하지 않으면 가맹점주들이 질 나쁘고 값싼 재료를 써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가맹본점이 재료 기준만 명확히 제시하면 문제가 될 게 없다. 지금도 가맹본부 직원은 주기적으로 가맹점을 방문해 매뉴얼 준수 여부를 체크한다. 제조 매뉴얼에 따라 가맹점들이 그 재료를 개별구매하게 하거나 또는 가맹점주들이 모여 공동구매를 해도 될 일이다. 시장에는 전문 유통사들도 많다. 유통 수익은 가맹본점 사업의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박경준 변호사(법무법인 인의)는 “독점의 폐해는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했다”면서 “가맹본부가 재료 유통을 독점해 폭리를 취하는 구조를 버리고 로열티 위주의 투명한 사업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정부가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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