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들은 왜 이제야 난리인가

‘갑질’ ‘통행세’ ‘보복출점’…. 곪았던 게 터지듯 프랜차이즈 업계가 각종 논란으로 얼룩졌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을’이라는 이유만으로 ‘찍소리’ 한번 못 내고 속수무책 피해를 떠안고 있다. 가슴에 금배지 단 분들이 ‘을’을 보호하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법안은 국회서 잠만 잔다. 19~20대 국회 가결률은 고작 6%대다.

▲ 수없이 많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사진=뉴시스]
오너가 성추행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와 3억원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문전화가 뚝 끊겼다. 또다른 오너는 유통과정에 슬쩍 회사 하나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받아 챙겼다. 그것도 모자라 프랜차이즈에서 탈퇴한 점주의 매장 근처에 보복출점을 했다. 브랜드 이미지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주문전화가 뚝 끊겼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갑질 문제도 모자라 볼썽사나운 추문에까지 휩싸이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해당 프랜차이즈 불매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속이 타는 건 가맹사업자(가맹점주)들뿐이다. 잘못은 ‘갑’이 했건만 태생적 ‘을’인 가맹사업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뚝뚝 떨어지는 매출에 한숨을 내쉬는 것뿐이다.

고질적인 갑을 구조에서 ‘을’을 보호하겠다며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2016년 6월 20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현재(7월 6일 기준)까지 발의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개정안 벌써 29건이다. 최근엔 김관영(국민의당) 의원이 일명 ‘호식이 배상법’을 발의했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받고 있는 가맹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이다.

6월 20일 김 의원은 “가맹본부 경영진의 위법 행위나 부도덕한 행위로 가맹사업자 전체가 피해를 봐도 가맹본부의 책임은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가맹사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등 가맹사업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를 금지(제5조 8항)’하는 항목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엔 가맹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맹계약서에 가맹본부 및 가맹본부 경영진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가맹사업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적시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가맹사업법 개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조경태(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존 가맹사업자의 점포로부터 반경 ‘1㎞’를 영업지역으로 정해 같은 업종이 출점을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이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꼬집으면서 ‘매출액에 100분의 2를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라고 정하고 있는 과징금 규모를 ‘100분의 10’으로 수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휴’에 칼을 댔다.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는 통신사업자ㆍ신용카드업체 등과의 제휴할인계약을 통해 소비자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수익은 가맹본부가 챙기고, 할인 부담은 가맹점이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 의원은 가맹본부가 일정 금액을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제12조7항)을 신설해 개정안을 제출했다.

▲ ‘갑’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어도 태생적 ‘을’이 할 수 있는 건 없다.[사진=뉴시스]
가맹사업자를 보호하는 개정안이 쏟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그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결 비율을 보면 ‘여의도 금배지’들의 의도가 ‘을을 위해서인지’ ‘자신들을 위해서인지’ 알 수가 없다. 20대 국회에서만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29건 발의됐지만 가결된 건 2건에 불과하다. 10월 시행 예정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서면조사 실태조사 실시 및 공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외하곤 대안반영폐기(2건) 처리됐거나 대부분 국회에서 계류(25건) 중이다. 1년 넘게 잠자고 있는 법안도 4건이나 된다.

잠만 자는 법안은 무용지물

낮은 처리율은 이번 국회에서뿐만이 아니다. 19대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가맹점사업자를 보호하는 관련 개정안이 총 30건 발의됐지만 대부분 19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함께 폐기됐다. 원안가결된 건 역시 2번뿐이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 가맹사업법은 모두 6%대 가결률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는 게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보호법안을 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시행될 수 있도록 통과되는 게 중요하다. 국회서 잠만 자는 법안은 무용지물에 그칠 뿐이다. 이 사실을 천연덕스럽게 법안을 제출하는 금배지들이 모를 리 없다. 그게 더 문제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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