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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거운 가방엔 ‘삶’이 담겼네

기사승인 [246호] 2017.07.06  06: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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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쿠르트 아줌마의 비애

채소주스, 건강식품, 커피, 치즈, 과일…. 우리에게 친숙한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하는 품목들이다. 야쿠르트와 우유 등 발효유만 배달할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품목들이 가방 또는 전동카트 안에 담겨 있다. 최근 여기에 갈비탕, 육개장, 김치 등 가정간편식이 추가됐다. 신선한 식품을 바로 받아볼 수 있는 건 좋은데, 혹, 그 가방이 너무 무겁진 않을까.

▲ 야쿠르트 아줌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에 나선다.[사진=뉴시스]
올해 44세인 김영숙씨는 158㎝의 아담한 체구를 가진 야쿠르트 아줌마다. 매일 5㎞씩, 올해로 벌써 9년째 도심 곳곳을 누비고 있다. 휴대전화에 등록된 고객 전화번호는 161개. 매달 170만원씩 영숙씨의 벌이를 책임져주는 고마운 이들이다.  2014년 한국야쿠르트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 1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평균모델이다.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유니폼 색이 노란색에서 핑크색으로 바뀌었고, 영숙씨가 밀고 다니던 손수레도 전동카트로 변신했다. 그 안에 담긴 품목들 역시 그때보다 훨씬 많고, 다양해졌다.

한국야쿠르트가 가정간편식(HMRㆍHome Meal Replacement)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문 후 매일 요리해서 전달한다는 의미의 ‘잇츠온(EATS ON)’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국ㆍ탕ㆍ요리ㆍ김치를 비롯한 각종 반찬을 배달한다.

배달은 택배회사가 아닌 ‘야쿠르트 아줌마’가 한다. 주문을 받아 요리를 한 후 자사 물류소를 거쳐 야쿠르트 영업장으로 배달하면, 해당 구역의 야쿠르트 아줌마가 고객에게 전달해주는 시스템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배달하기 때문에 단품 주문도 가능하고, 단 한개만 주문해도 배송비가 무료다”는 게 회사 측의 강한 자부심이다.

한국야쿠르트는 7월부터 전국으로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발효유와 건강식품은 물론 반찬을 배달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국내 최대 신선유통 채널인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고객은 보다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받을 수 있고, 야쿠르트 아줌마는 기존 제품들보다 단가가 높아 수익 창출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단가가 높을수록 야쿠르트 아줌마의 수익이 증가한다는 말은 두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야쿠르트 아줌마의 수익은 100% 판매수수료에서 창출된다. 제품 1개당 판매수수료는 판매가격의 24%. 170원짜리 야쿠르트(65mL)를 팔면, 40.8원의 수수료를 받고, 지난해 출시 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콜드브루 커피(아메리카노ㆍ270mLㆍ2000원)를 판매하면 480원을 수수료로 받는다. 이런 구조에선 판매량이 많을수록, 단가가 높을수록 수수료도 그만큼 많이 받는다.

한국야쿠르트가 새롭게 선보인 간편식의 가격대는 3200~7800원까지 다양하다. 가격대가 가장 높은 김치류(7800원ㆍ출시 예정)를 판매하면 수수료는 1872원으로 훌쩍 뛴다. 170원짜리 야쿠르트 46개를 팔아야 챙길 수 있는 수수료다. 단가 낮은 제품을 여러 개 파는 것보다 간편식 한두개 파는 게 더 짭짤할 수 있다.


갈비탕에 김치까지 배달

문제는 늘어나는 벌이만큼 짐가방의 무게도 무거워진다는 거다. 기존에 판매하고 있던 한국야쿠르트 제품들은 우유를 제외하곤 300mL를 넘기는 제품이 거의 없다. 하지만 새롭게 출시한 간편식의 경우, 국과 탕의 용량은 350g, 김치는 500g이다. 김치 두 봉지만으로도 1㎏다. 이미 무거울 대로 무거워진 평균 신장 158㎝의 야쿠르트 아줌마 가방이 더 무거워진다는 얘기다.

“냉장시설이 돼 있는 전동카트가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동카트를 이용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전동카트 보급률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손수레를 끌고, 어깨에 가방을 짊어지고 다니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수두룩하다.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부터 노동력 절감을 위해 전동카트를 보급하고 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1만3000명의 야쿠르트 아줌마 중 58%에 해당하는 7400명이 전동카트를 이용하고 있다. 소모품 교체, 충전, 보험 등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은 회사에서 부담하고, 야쿠르트 아줌마는 월 사용료 4만원을 지불한다.

분명 좋은 조건이다. 그렇지만 전동카트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단 원동기 면허가 필요하고, 활동하는 구역 특성에 따라서도 이용 여부가 나뉜다. 활동 구역이 높은 건물로 빼곡히 들어차 있거나 차량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전통시장이 주라면 전동카트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가 없다. 무거워진 손수레와 짐가방을 밀고, 메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씁쓸한 사실 또 하나. 야쿠르트 아줌마는 한국야쿠르트의 엠블럼이 선명하게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한국야쿠르트에서 제공한 전동카트를 타고, 한국야쿠르트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다. 법이 그렇게 판단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자 아니다”

▲ 개인사업자인 야쿠르트 아줌마는 판매수수료로 수익을 올린다(사진은 영화 ‘마마’ 中).[사진=더스쿠프 포토]
지난해 대법원(주심대법관 박보영)은 부산에서 활동한 야쿠르트 아줌마 정모씨가 한국야쿠르트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0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야쿠르트 아줌마로 활동한 야쿠르트 아줌마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대법원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원고와 같은 위탁판매원들은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한국야쿠르트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고, 한국야쿠르트가 위탁판매원들에게 근무복을 제공하거나 적립형 보험의 보험료 및 상조회비 중 일부를 지원했다 하더라도 이는 판매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 근무상의 어떤 지시나 통제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현실의 다양한 취업, 고용형태 및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화석화된 판단”이라고 꼬집으며 “여성 노동자들이 변칙적이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성을 쉽게 부인한 판결”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자식 학원비라도 벌어보겠다고, 용돈벌이라도 해보겠다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로 나서는 야쿠르트 아줌마. 회사에서 지급한 유니폼과 전동카트를 타고 야쿠르트와 우유, 갈비탕까지 판매해도 그들은 한국야쿠르트 소속 근로자가 아니다. 그저 회사 물건을 팔아주는 위탁판매업자다.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만 더해지고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애환이 가방에 켜켜이 쌓인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김미란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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