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최고치의 뒤꼍

▲ IT 잔치가 끌어올린 코스피지수는 한계가 뚜렷하다. 수출 대기업만 잘나가는 양극화도 문제다. 활황 단계의 코스피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도 놓여있다.[사진=뉴시스]

코스피가 새 역사를 썼다. 6월 29일 사상 처음 지수 2400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2300선을 돌파한 지 50일 만이다.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실적 호전이 반영된 결과다. 새 정부의 정책, 특히 기업의 낮은 배당 성향 및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다.

증권업계는 줄줄이 하반기 전망을 올려 잡았다. 코스피 지수 2500 내지 2600을 예상한다. 관건은 외국인 투자자의 향배다. 한국 증시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지만, 여전히 외국인 투자 의존도가 높은 천수답 시장이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넘는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들이 활활 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개미투자자들은 소외당하는 처지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7개월 동안 10조35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에 기관(4조3500억원)과 개인(1조1900억원) 순매수 규모의 두 배 내지 9배에 가깝다.

그렇다고 하반기에도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수하리란 보장은 없다. 외국인들이 변심할 수 있는 변수가 산재해 있어서다. 미국과 유럽중앙은행이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축소 등 긴축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연내 금리인상이 가시화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코스피 상승의 배경인 기업실적에도 양극화 그늘이 짙다. 상반기 코스피 상승은 IT 산업, 꼭 집어 반도체 기업이 주도했다.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코스피가 2400을 넘나들지만 ‘삼성SK 착시錯視’를 빼면 지수는 한참 내려간다.

 

어느 나라든 증시는 그 나라 실물경제의 거울이다. 주가지수 사상 최고라는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에는 ‘양극화’라는 한국 기업 및 산업생태계의 현주소와 외국인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라는 한국 증시의 허약한 체질이 똬리를 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활황인 증시가 탄탄한 수요 기반을 유지하고 기업의 자본조달 창구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게 하려면 정부와 증권업계가 함께 분발해야 한다. 언제까지 한국 증시를 현금인출기(ATM)로 부르는 외국인들의 놀이터로 놔둘텐가. 코스피가 쑥쑥 올라도 대다수 개미투자자들은 차익을 맛보지 못한다. 지난해 국내 기관들이 운용하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1.5%에 그쳤다. 주가 상승의 과실 대부분을 외국인들에게 내어주지 않으려면 국내 증권업계의 분석 능력과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운용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운이 좋다. 성장률 등 경제성적표가 당초 예상보다 좋고,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출범했다. 나라 안팎에서 주목한 한미정상회담이 특별한 이견 없이 마무리됐다. 문재인 정부 구상대로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면 한반도 리스크를 줄여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가 해소되면서 주가 상승에도 기여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도 순조롭게 마무리해야 한다.

활황 단계의 코스피를 지속 상승하게 하려면 기업 실적이 여러 분야에 걸쳐 고루 좋아야 한다. 지금처럼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IT 잔치여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수 수출 대기업은 잘나가는데 다수 내수 중소기업들은 부진한 업종기업간 양극화도 문제다.
새 정부로선 증시 신기록에 취하지 않고, 왜곡된 산업구조의 판을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창업 붐을 일으켜 일자리 창출로 연결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제이(J)노믹스가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대통령’도 가능해진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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