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인문학」

고기 덜 먹고 채소 더 먹는 건 생존 위한 선택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다시 펼쳐보자. 단군신화에서 곰은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었다. 그런데 이는 ‘거짓’이다. 단군신화를 언급한 삼국유사에서 ‘산蒜’자 써서 마늘이라고 알려졌을 뿐, 고조선 시대에 한반도에는 마늘이 없었다.

마늘은 후한시대에 서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전래됐기 때문이다. 웅녀가 마늘을 먹었을 리 없다는 거다. 이 책은 한민족의 조상이 먹었던 것은 ‘산마늘’이라 불리는 명이나물 혹은 달래였을 거라고 추정한다.

한국인은 ‘나물 민족’이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땅에 얕게 묻힌 구근채소와 도토리 같은 나무열매를 먹었다. 구근채소 중에서 ‘마’는 서동요에 등장해 역사에 흔적을 남겼다.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으로 서동요를 퍼뜨린 청년 서동. 그는 마를 캐서 생계를 잇던 청년에서 백제 무왕이 된다.

지금도 즐겨먹는 쌈 채소인 상추는 고려시대에도 인기가 많았다. 원나라로 끌려간 공녀들이 즐겨먹으면서 몽골에서도 인기를 끌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상추와 같은 생 채소에 밥을 싸먹는 ‘쌈’은 한국인만의 식문화다. 다른 반찬이 없어 얼마 안 되는 밥으로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쌈을 싸먹게 됐다는 거다. 그래서 쌈은 ‘가난의 음식’이다. 하지만 갓 수확한 싱싱한 채소로만 해먹을 수 있는 ‘풍요의 음식’이기도 하다.

▲ '쌈'은 식량이 부족해서 생긴 우리의 독특한 식문화다.[사진=아이클릭아트]
저자는 채소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우리가 ‘나물 민족’임을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밥에서 후식까지 채소로 만들지 못하는 요리가 없을 정도다. 또 추운 겨울 동안 먹을 수 있게 채소를 보관하고 조리하는 기술도 남달랐다. 제철 나물은 생채나 숙채로 신선하게 즐기고, 남은 것은 말리거나 절여서 보관했다. 튀겨 먹는 부각, 아삭한 식감의 장아찌, 삶았다가 말려 먹는 우거지 등. 식물이 자라지 않는 겨울에도 채소를 섭취해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했던 거다.

오랫동안 한국인의 생명줄이었던 채소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채식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요리의 대가 알랭 뒤카스는 파리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육류 요리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고기요리를 메인으로 하는 서양음식의 대가들이 앞다퉈 채식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건강’ 때문이다. 고기를 덜 먹고 채소를 더 먹는 게 생존을 위한 선택이 됐다는 거다.

하지만 저자가 채소를 재조명하는 이유는 또 있다. 육류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ㆍ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채소의 20배가 넘기 때문이다. 선진국 국민이 육류를 즐길 때 남반구의 여러 빈민은 여전히 기아에 시달린다. 저자가 채소에 기반한 식생활이 먹거리의 불평등 해결ㆍ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세가지 스토리

「다른 생각의 탄생」
장동석 지음 | 현암사 펴냄

 출판평론가인 저자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전부터 최근에 쓰인 책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어온 기록들을 한데 모았다. 읽기ㆍ공부ㆍ예술ㆍ우정 등 저자가 평소 즐겨 생각하는 열다섯가지 주제를 책 속의 이야기와 엮어 풀어나간다. 책 읽기의 하나의 길잡이를 보여준 저자는 책은 ‘저자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며 책을 통해 각자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웨이크」
김수현 지음 | 라온북 펴냄

모든 인생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똑같이 문제 많은 인생에도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덜 행복하다. 저자도 한때 잠들기 전 내일 눈뜨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 전도사’가 됐다. 크고 작은 사고와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던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통째로 바꾼 방법을 이야기한다. 삶속에서 긍정의 힘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지음 | 어크로스 펴냄

아마존이 뉴욕 맨해튼에 오프라인 서점을 열고, 유기농 식품업체인 홀푸드 마켓까지 인수했다. 온라인몰의 강자가 고비용ㆍ비효율로 여겨졌던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이유는 뭘까. 아마존뿐만이 아니다. 디지털 라이프가 영구적인 현실이 된 지금 새로운 얼굴을 한 아날로그가 유행하고 있다. 이 책은 편리한 디지털 대신 아날로그 제품과 아이디어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현상과 이유를 파악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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