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계는 왜 난을 일으켰나

자동차 정비업계가 손해보험업계 1위 기업인 삼성화재에 반기反旗를 들었다. 수리비 삭감, 낮은 시간당 공임비 책정 등 삼성화재의 갑질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삼성화재는 고객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정비업체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누가 진실의 혀를 깨물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정비업계의 난亂 에 숨은 진실을 취재했다.

▲ 삼성화재를 향한 자동차 정비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정비업체를 향한 삼성화재의 ‘갑질’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의 눈치를 보느라 불만을 삭여야 했던 정비업체가 반기를 들고 나설 정도다. 지난해 인천에서 시작한 삼성화재 규탄 분위기는 최근 제주도로 번졌다. 자동차 정비업계 안팎에선 비슷한 일을 당한 경기도, 대구 등지에서도 ‘반기의 횃불’이 밝혀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원인은 삼성화재의 수리비 청구액 삭감에 있다. 정비업체가 청구한 수리비를 삼성화재가 과도하게 삭감해 지급한 게 문제의 도화선이라는 얘기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수리비 청구액을 일률적으로 삭감하는 경우가 많아 정비업체의 불만이 커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의 가장 큰 불만은 삼성화재의 삭감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수리비를 삭감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그랬는지 알려준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비업체가 삼성화재의 수리비 삭감을 ‘임의적 조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삼성화재 측의 주장은 다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부 정비업체가 협의 없이 수리한 후 정비요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럴 경우 국토부 표준 정비수가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지급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차액을 임의삭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비업체는 보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사정서를 열람할 수 없다”며 “하지만 정비업체가 요구할 경우 삼성화재 담당 직원이 방문해 내역을 설명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삼성화재의 수리비 삭감폭이 과하다는 점이다. “맘대로 삭감해 놓고 물가상승률을 운운한다”는 정비업계의 비판이 날로 거세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삼성화재의 임의삭감 규모는 얼마나 될까.

수리비 일방적으로 삭감

인천에 있는 A정비업체의 지난해 4월 11일부터 11월 29일까지의 수리비 청구ㆍ수령 내역을 분석해 봤다. 이 기간 A정비업체가 삼성화재와 다른 손해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한 건수는 각각 182건, 154건. 다른 손보사에 청구한 총 수리비는 2억1520만936원이었고, 이중 1억7984만6460원을 수령했다. 평균 차감률은 16.4%다.

같은 기간 A정비업체는 삼성화재에 2억5292만8028원의 수리비를 청구했고, 1억4697만9420원을 받았다. 차감률은 41.9%에 달했다. 다른 보험사 대비 2.5배 이상 삭감한 수리비를 정비업체에 줬다는 얘기다. 인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같은 차종에 같은 수리비를 청구해도 다른 보험사가 평균 85% 지급할 때 삼성화재는 45~60%만 지급한다”며 “이의를 제기해도 그때마다 불만이 있으면 소송을 제기하라는 식의 답변만 받았다”고 토로했다.

삼성화재의 수리비 논란은 제주에서도 심각하다. 제주도 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은 4월 11일 ‘삼성화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삼성화재가 시간당 공임비(2만4900원)를 터무니없니 낮게 지급하고 있다. 공임비는 2010년 국토부 발표를 기준으로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각각 6대 4로 반영해 정해야 하는데(국토부 권고), 삼성화재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국토부의 권고 내용은 적용방법 예시의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2010년 국토부가 발표한 적정 정비요금 공표 때도 소비자물가상승률만 산정했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주도 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물가인상률을 적용했다는 삼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제주지역의 평균 공임비는 2010년 공표한 공임비 대비 675~3374원이 올랐을 뿐이다.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해도 공임비는 지난해 기준 최소 2만6479원에서 최대 2만9795원이 돼야 정상이다. 사실상 공임비가 6년째 오르지 않은 셈이다.”

삼성화재는 정비업체가 청구한 과도한 수리비를 지급할 경우 보험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비업체의 수리비를 삭감하고 공임비를 올린다고 고객이 수혜를 입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당 공임비 적정한가

일례로 삼성화재가 정비업체의 수리비 삭감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난해 4월 자동차 보험료를 2.4% 인상했다. 고객을 방패막이로 삼아 자신들의 배만 불린 셈이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정비업체가 양보해 물가상승률만이라도 제대로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삼성화재는 1.3~ 1.5% 이상은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삼성화재는 정비업체와 연간 단가계약을 할 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정비업체를 압박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가 과잉정비를 하는 이유도 삼성화재가 수리비를 지나치게 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정비업체에 맡기면 ‘덤터기’를 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뒤엔 수리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삼성화재가 있는지도 모른다. 고객을 방패막이로 정비업체를 옥죄고 있어서다. 우리는 이런 행태를 ‘갑질’이라 부른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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