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근 회장 중심의 경직된 문화” 분석에 불편한 입장 밝혀

여론은 무서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1일 ‘이성락 BBQ 사장, 취임 3주 만에 사표 제출’을 단독보도한 후 하루 동안 70건이 넘는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가격인상과 철회로 논란 한가운데 있는 BBQ를 향한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업체 관계자는 ‘가격인상’ ‘사장 퇴임’보다는 ‘회장 중심의 경직된 문화’라는 부분에 더 불편한 입장을 드러냈다. BBQ, 아직도 멀었다.

▲ 1월 열린 ‘bbq OLIVERS’ 공식 후원 체결식에서 윤홍근 회장(가운데). 윤 회장 왼쪽은 여동생인 윤경주 ㈜제너시스 사장, 오른쪽은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지낸 전병헌 정무수석.[사진=뉴시스]


이성락 제너시스BBQ 사장이 20일 사표를 제출했다. 6월 1일 사장에 취임한 지 3주 만이자 지주사인 ㈜제너시스에 영입된 지 3개월만이다. 20일 오후 사표를 제출한 이 사장은 그날 이후 출근하지 않고 있다. BBQ 관계자는 “이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사장의 개인적인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장의 등장과 퇴장 시기가 석연치 않다.

올해 3월 BBQ 지주사인 ㈜제너시스 사장으로 영입된 이 사장은 ‘BBQ 변화’라는 숙제를 안고 등장한 금융맨 출신이다. 신한은행 부행장(2009년)을 지냈고, 신한생명 대표(2013~2016년)를 역임했다. 윤홍근 회장은 교촌치킨ㆍBHC를 비롯한 경쟁사에 점유율을 빼앗긴데다 가격인상 후폭풍까지 맞고 있는 제너시스BBQ에서 그가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거란 기대로 직접 영입에 나섰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조직문화를 변화시켜달라”는 주문을 했다.

하지만 그는 ‘구원승’을 올리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는 동안 제너시스BBQ는 두 차례에 걸친 가격 인상, 공정위 조사, 가격인상 철회 등으로 논란의 복판에 섰다.

 

 

 

▲ 더스쿠프(The SCOOP) 단독보도 이후 70건이 넘는 기사가 쏟아졌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 사장이 제너시스BBQ그룹으로 영입된 건 3월 20일. 8년 만에 가격인상 계획을 발표했다가 정부가 ‘세무조사’라는 칼을 꺼내들자 인상 철회를 발표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회사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온 거다. 그렇게 제너시스BBQ에 발을 들인 이 사장은 지주사인 ㈜제너시스에서 사업 전반을 파악한 뒤 6월 1일 제너시스BBQ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그가 제너시스BBQ로 옮긴 시점도 상황이 편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3월에 가격인상을 철회했던 BBQ가 “가맹점주들의 요청”이라는 명목 하에 5월 1일 1차로 가격을 인상하고, 2차 가격인상(6월 5일)을 단행하기 직전이었다.

결과는 볼 보듯 뻔했다. 이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BBQ는 ‘가격인상이 과하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5일엔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BBQ는 16일 “두차례 가격인상을 모두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1차 가격인상을 단행한 5월 1일 이전으로 가격을 원상 복구하겠다는 거다. 뜨겁게 끓어올랐던 가격인상 논란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런데 이 사장이 돌연 사임했다.

익명을 원한 BBQ 고위 관계자는 “이 사장이 예고도 없이 사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윤홍근 회장 중심의 경직된 문화를 갖고 있는 BBQ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과물을 내기도 전에 그만둔 것 같다”고 말했다.

 

 

 

BBQ의 모든 의사결정은 윤 회장의 ‘재가裁可’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나치게 윤 회장 중심이라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창업주인데다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라며 윤 회장 중심의 경영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 말은 전문경영인을 영입해도 전문경영인이 실력을 맘껏 발휘할 조직문화가 아니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진짜 경영을 책임질 사람이 아니라 가격인상 논란을 책임져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제너시스 BBQ 사장은 공석이 됐다. 그 자리는 윤경주 ㈜제너시스 사장이 채운다. 이 사장이 영입되기 전까지 제너시스BBQ를 이끌었던 윤 사장은 윤홍근 회장의 여동생으로 치과의사 출신이다. 그는 5년 전부터 BBQ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는 그동안 몇차례에 걸쳐 BBQ의 가격인상을 보도했다. 하지만 그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BBQ가 이번엔 꿈틀거렸다. 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건 ‘국민간식’ 치킨 한 마리 사먹는데도 부담을 느껴야 하는 서민들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거였을까. 씁쓸함이 가득한 취재였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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