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확실한 시그널이 없는 탓일까. 투기세력들은 어느새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터졌을 때는 이미 늦는다”면서 “이전 정권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지금 강력한 규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가 지난 13~14일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섰지만 적발 건수는 한건에 그쳤다.[사진=뉴시스]
✚ 새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책 방향은 옳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신혼부부ㆍ청년ㆍ저소득층에게 이를 우선적으로 공급해 주거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건데, 서민 주거 복지에 방점을 찍고 촘촘하게 잘 짰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 그게 뭔가.
“서민 주가 복지정책을 펼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 문제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오르고 거래량도 늘었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 수혜지가 될 거란 기대감에 용산 지역 아파트 가격은 2년 전보다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시장을 규제할 거란 모두의 전망에도 집 값이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상하지 않은가.”

✚ 당연히 이상한 면이 많다.
“시장은 똑똑하다. 정부의 규제가 예상범위 내라면 거기에 맞게 행동한다. 어떻게든 투기 이익을 꾀할 거란 얘기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이 규제 강화도 아니다. 그의 공약은 도시 재생 뉴딜 정책이다. 노후주택지가 많은 강북지역이 수혜를 볼 거란 전망에 강북의 땅 값이 오르고 있다. 노무현 정부때도 강북 지역 발전을 위해 시작한 뉴타운 사업이 투기를 초래한 전례가 있다.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투기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의미 없는 시그널이다. 국토교통부 감시반이 투기세력 집중단속에 나섰지만, 투기과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다 문을 닫았다. 투기세력들은 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투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세제 강화다.”

✚ 참여정부에서도 실패하지 않았나.
“종부세의 내용이 부실했다. 세금 폭탄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실제 걷어진 세금은 3조원(2007년)에 불과했다. 또 직접 수혜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했다. 이후 강화됐지만 그때처럼 대처해서는 안된다.”

✚ 문재인 정부는 세제 강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참여정부 때 종부세를 내놨다가 여론이 악화된 게 트라우마로 남았을 수 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대선 후보 경선 기간 중 이재명 성남시장이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한 공약을 내세우며 조세저항 문제를 잠재울 힌트를 제시하지 않았는가. 개인적으로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아닌가 싶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나 경제 활성화에도 영향을 끼치니까. 과거 정권들도 그랬다.”

✚ 세제 강화는 여론의 반대도 있을텐데.
“부동산 불로소득은 우리나라 양극화의 원인이다. 매년 300조원 이상의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이 불로소득이 소득 불평등에 끼치는 영향이 30~40%에 달한다. 하지만 부동산 세제 대책은 미흡하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무섭다고 피해선 안 된다.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기득권 층의 저항이 있겠지만, 양보해달라고 설득해야 한다. 국민 대다수는 기득권이 아니니 세제 강화에 공감할 거다. 부동산 정책처럼 중요한 정책은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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