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 얀센 임상 재개에 숨은 의문들

▲ 한미약품이 재개하는 건 기존에 유예됐던 임상이 아니다. 설계가 바뀐 새 임상이다. 사진은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사진=뉴시스]
미디어들이 또다시 한미약품을 띄우고 있다. 지난해 유예됐던 얀센과의 임상실험이 재개됐다는 소식을 연일 퍼나르면서다. 그 덕분인지 풀 죽었던 한미약품 주가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이번 임상실험은 ‘재개’일까 ‘다시 시작’일까. 한미약품도, 미디어도 정확한 답을 못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올해 초 20만원대로 떨어졌던 주가가 지난 14일 42만6500원까지 올랐다. 언론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기술수출계약 파기(2건), 임상실험 유예 등 2016년을 달궜던 나쁜 변수들이 약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9일은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지난해 유예됐던 미국 제약업체 얀센과의 임상실험이 올 하반기 재개될 거라는 희소식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얀센과 당뇨ㆍ비만 치료 바이오신약(HM12525A)의 권리를 넘기는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진행단계에 따라 최대 9억1500만 달러(약 1조303억원) 를 받을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마일스톤 계약이었기 때문에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얀센과 계약을 체결한지 1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시약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진행 중이었던 임상1상 실험이 잠정 유예됐다. 한미약품이 ‘영양가 없는 기술수출계약’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으로 돌려보면, 이번 한미약품과 얀센의 임상실험 재개 소식에 업계와 투자자들이 반색한 이유도 같다. 임상실험을 재개한다는 건 지난해 속을 썩였던 시약생산 문제를 해결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임상실험 재개 소식에도 ‘허점’이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임상실험 유예의 원인이 된 생산 지연 문제가 원활히 해결됐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기존의 1차 임상실험은 종료하고, 새로운 임상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환자군, 투여용량, 지역 등 임상실험 설계가 달라진 임상1상 실험이다. 그렇다면 이번 임상실험은 ‘재개’가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익명을 원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기존 임상실험이 유예된 건 임상약의 생산지연 문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왜 생산이 지연됐는지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임상실험을 재개했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생산지연 문제가) 중차대한 이슈로 번질 수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쏟아지는 장밋빛 전망, 하지만…

한미약품은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임상 설계를 바꿔 새로운 임상실험을 재개하는 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임상은 시약 생산 문제로 환자군 모집이 힘들어서 유예된 것이고, 단계도 마무리 과정이었다”면서 “새롭게 진행되는 임상실험에서는 기존보다 더 구체화세밀화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한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주장이 100% 틀렸다고 볼 순 없다. 그렇다고 기존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미디어들은 한미약품을 향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미디어들이 2015년 한미약품 주가 광풍을 일으켰을 때의 ‘데자뷔’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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