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사회초년생의 재무설계

불황을 담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탕진잼’ ‘5포세대’ ‘흙수저’….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형편상 포기할 것도 많은 청년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하지 않던가.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목돈이 드는 재무목표도 차근차근 준비하면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 학자금 대출상환과 월세 부담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카드값이 빠져나가도 거뜬한 월급 통장, 이사 걱정 없는 안락한 내집. 열심히 일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요즘 사회초년생들에게는 ‘학자금 대출’과 ‘월세방’이 필수에 가깝다. 많지 않은 월급으로 학자금 대출 갚고, 월세 내면 저축 여력은 현저히 줄어든다. 그래서 등장한 게 연애ㆍ결혼ㆍ출산ㆍ내집마련ㆍ인간관계를 포기하는 ‘5포세대’다.

피부관리사로 1년째 근무 중인 임성훈(27ㆍ남)씨도 ‘5포세대’에 공감한다. ‘월세 탈출’이 꿈인 임씨에게 결혼은 먼나라 이야기다. 현재 부모님이 마련해주신 보증금으로 월세살이를 하고 있는 임씨는 월세 부담을 줄여, 여유자금으로 포기하고 있었던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2년 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것이다. 호주에서 피부관리사로 일하며 돈도 벌고, 영어공부도 할 계획이다. 필요자금은 1000만원으로, 2년 내에 모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또 3년 후엔 한국에 돌아와 장기전세 아파트를 마련해 결혼하고, 10년 후엔 본인 명의의 집을 마련하고자 한다. 문제는 지출의 질質이 워낙 나빠 가계부 상태가 신통치 않다는 점이었다.

먼저 임씨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임씨의 한달 수입은 160만원이다. 저축은 전혀 하지 않고 있고, 비소비성 지출은 보장성보험료와 학자금 대출상환뿐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월세와 관리비(30만원), 식대(15만원), 교통비(7만원), 통신비(10만원), 보장성 보험료(8만원), 학자금 대출상환(20만원), 유흥비(50만원) 등 132만원이다. 여느 청년들처럼 임씨도 주말마다 친구들을 만나 술자리를 갖는데 월급의 30%가량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지출 규모가 가장 큰 월세와 유흥비를 줄이기로 했다.

월세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간단했다. 임씨의 직장은 서울에 있고, 부모님은 가까운 안양에 살고 계신다. 서울에 나와서 살 특별한 이유가 없으니 부모님댁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로써 월세 30만원을 절약하게 됐다.

단 출퇴근 거리가 길어져 교통비가 1만원 늘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식비도 5만원가량 줄일 수 있게 됐다. 다음으로 매달 50만원씩 쓰던 유흥비를 30만원으로 줄여 20만원을 절약했다. 이렇게 총 55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 향후 학자금 대출 상환이 끝나면 저축 여력은 훨씬 더 늘어난다.

이제 ‘워킹홀리데이’를 위한 ‘1000만원 모으기’ 플랜을 짤 차례다. 두가지 적금으로 나눠 자금을 모으기로 했다. 첫번째 적금은 20만원 납입의 신협 1년만기 적금이다. 신협 조합원으로 등록하고 자동이체 2건 이상 지정하면 추가금리가 지급된다. 5% 금리에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우리종합금융의 1년 만기 월복리 적금에 가입했다. 월 20만원 납입으로 직장인 우대금리 4.75%를 적용받는다. 비상예비자금 마련을 위해 CMA통장을 개설하고 매달 10만원씩 넣기로 했다. CMA통장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일정금액 사용하면 추가 금리혜택을 준다는 게 장점이다.
 
보험료도 손봤다. 임씨는 매달 8만원씩 납입하는 3년 갱신형 특약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장 내용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나이가 들어 질병 발생 위험률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료는 2만원 더 비싸지만 갱신없이 100세까지 보장되는 보험으로 바꿨다.

다음 재무목표인 5년 후 주거비 마련을 위해 청약저축상품에 가입했다. 청약 1순위가 되려면 가입기간과 예치금 조건만 충족시키면 된다. 수도권은 1년, 비수도권은 6개월 이상 가입기간만 유지하면 된다. 예치금 하한선은 지역별로 다른데, 임씨는 월최소불입금 2만원 상품에 가입했다. 추후에 워킹홀리데이 동안 마련한 자금과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주거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부모님께 손벌리지 않고 주거비를 마련해 결혼하는 게 그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저축을 전혀 하지 않던 임씨가 매달 62만원을 미래에 투자하게 됐다. 막막하기만 하던 워킹홀리데이도 차근차근 준비하게 됐다. 임씨처럼 꿈을 향해 나아가야할 사회초년생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정작 하고 싶은 일은 포기하고 쇼핑이나 유흥비에 탕진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월급이 적어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스스로 ‘5포세대’라고 인정하고 자포자기하기 전에 전문가를 만나 재무상담을 받기를 추천하는 이유다.
권희영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0coach@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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