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브랜드 전략에서 은유법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사진=뉴시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가곡으로도 유명한 김동명 시인의 ‘내 마음’이란 시의 일부다. 이 시에서 ‘내 마음’은 ‘호수’ ‘촛불’ ‘나그네’ 때로는 ‘낙엽’이 되기도 한다. ‘은유隱喩’가 매우 적절하게 배치된 시다. 흥미로운 건 브랜드 전략에서도 간혹 은유를 활용한다는 거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더라도 잘 표현하지 못하면 사장死藏될 가능성이 높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제품을 소비자의 머릿속에 구체화해서 심어줄 수 있어야 성과도 좋다. 이럴 때 ‘은유隱喩’를 잘 활용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한달에 한번 여자는 마술에 걸린다”는 광고 문구를 기억하는가. 대한펄프가 매직스라는 생리대 광고에 썼던 문구다. 대한펄프는 여자들이 감추고 싶은 비밀인 생리를 마술이라는 은유를 통해 개념화함으로써 생리대의 거부감을 말끔히 씻어냈다. 

“침대는 과학이다”는 에이스침대의 광고 문구는 침대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기도 했다. 이처럼 은유를 이용하면 지금까지의 단어가 가진 고정관념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브랜드 전략에 은유를 활용하는 이유다. 

문제는 브랜드의 추상적 제품을 멋진 은유로 풀어내는 일이 그리 녹록한 작업은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마케터는 튀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다만 그 상상력과 창의성을 적용하는 데도 법칙이 있다. 김근배 숭실대(경영학) 교수의 저서 「컨셉크리에이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책에서 “은유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비유 대상’의 유사성으로 나타나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은유의 효과가 높아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말로 ‘상호 원격적 연관성(remote association)’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비유 대상’이 이질성과 유사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법칙을 좀 더 쉽게 브랜드에 대입해서 살펴보자. 예컨대 “침대는 과학이다”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브랜드인 ‘에이스침대’이고, 비유 대상은 ‘과학’이다. 지금은 초등학생들조차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에이스침대의 광고 문구는 강력하게 박혔지만, 해당 광고가 나왔을 시기에는 ‘침대=과학’이라 생각한 이들은 드물었을 거다. 그 둘 사이의 생경함과 이질성이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던 거다. 다른 한편으로는 침대에 인체공학을 적용해 편안한 숙면을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침대는 과학일수도 있다”는 공감도 만들어냈다. 유사성을 갖춘 셈이다.

기업 브랜드에서 은유는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 SK의 기업광고에서 나온 “생각이 에너지다”는 문구 역시 은유를 활용한 사례다. ‘생각=에너지’라는 생경한 붙임과 ‘창의성=세상을 바꾸는 무한한 에너지’라는 공감대가 강력한 은유를 만들었다.

김근배 교수는 “은유는 인간이 감각으로 경험하기 어렵거나 혹은 경험해도 감지하기 어려운 것을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바꿔 표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무형의 표현 대상을 유형의 비유 대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거다. 이렇게 볼 때 브랜드 전략 관점에서 은유만큼 제품이나 기업을 간단 명료하고 확실하게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만한 도구가 또 있을까 싶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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