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이직 앞둔 20대 약사의 재무설계

오늘도 수많은 청년들이 취업의 문을 두드린다. 좁은 취업문을 통과한 이들은 설렘과 열정으로 일을 시작하지만 또다른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 바로 ‘이직’이라는 고민이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없으면 이직도 쉽지 않다. 일을 쉬는 동안의 생활비 부담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비상예비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 열심히 돈을 벌어도 남는 게 없다면 소비패턴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사진=아이클릭아트]
직장인들에게 통용되는 법칙이 하나 있다. ‘3ㆍ6ㆍ9법칙’이다. 3개월 혹은 3년을 주기로 슬럼프가 온다는 거다. 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슬럼프를 겪는다. 취업난에 어렵게 직장을 구한 사람도 ‘이직’을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

그 이유는 제각각이다. 연봉이나 복지가 기대에 못 미쳐서, 업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어서…. 그렇다고 섣불리 사표를 던져선 안된다. 이직에 성공하려면 ‘목표설정’부터 잘 해야 한다. 원하는 직종, 근무여건, 경력관리 등 비재무적인 부분과 연봉, 재무목표를 비롯한 재무적인 부분에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약사 강지영(가명ㆍ27)씨도 이직을 고려 중이다. 강씨는 대학병원 내 약국에서 10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경력을 위해 1년을 채우고 이직할 생각이다. 하지만 모아둔 자금이 없어 걱정이 앞선다. 평소 저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돈을 버는 대로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새로 직장을 옮길 때까지 생활비 대책도 없다. ‘퇴직금으로 어떻게든 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던 강씨에게 동료들은 재무상담을 권유했다.

강씨의 재무상담은 재무목표를 세우는 것에서 시작했다. 손으로 모래를 쥔 듯, 1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도 번돈이 하나도 남지 않은 건 뚜렷한 재무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왜 돈을 모아야 하는지’ ‘돈을 모아서 어디에 쓸지’를 짚어봤다. 20대 후반인 강씨는 30대 초반에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 15년 후에는 약국을 개국하는 게 목표다. 장기적인 플랜에 따라 필요자금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다음으로 강씨와 자산과 부채가 얼마인지 확인했다. 강씨는 직장인 대학병원 근처 오피스텔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오피스텔 보증금 1000만원은 부모님께 빌렸다. 자산은 지난 4월에 가입한 적금 10만원과 부모님이 납입해 주던 것을 취업 후 이어받은 주택청약종합저축 312만원이 전부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셈이다. 결혼하고 약국도 차리려면 지금부터 계획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

강씨의 현금흐름을 분석해봤다. 강씨의 매달 350만원(세후 근로소득)을 번다. 이중 매달 월세 40만원, 공과금 15만원, 보장성 보험료 7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소비한다. 매달 고정적인 지출만 72만원이다. 여기에 생활비(용돈 포함) 80만원, 통신비 7만원, 교통비 10만원, 기부금 2만원가량을 쓴다. 부모님 용돈도 20만원씩 챙겨드린다. 건강도 생각해야 하니, 건강식품 비용으로 월평균 15만원이 나간다. 마지막으로 정기적금과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각각 10만원씩 납입하고 있다. 소득 350만원에서 고정지출 72만원과 변동지출 154만원을 빼면, 잉여자금 124만원이 남는다.

하지만 실제로 통장에 남은 액수는 훨씬 적은 24만원이었다. 어딘가에 ‘새는 돈’이 있다는 거다. 범인은 신용카드 할부금이었다. 생활비 80만원을 훌쩍 넘는 100만원이 ‘카드값’으로 나가고 있었다. 결국 용돈과 생활비로 180만원을 쓰고 있던 셈이다. 자신의 소비패턴을 꼼꼼히 체크해본 적 없던 강씨도 본인의 씀씀이에 놀랐다.

강씨는 앞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생활비 통장을 따로 만들어 체크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알게 모르게 빠져나가던 신용카드 할부금을 포함해 180만원이던 생활비는 100만원으로 조정했다. 사놓기만 하고 잘 먹지 않는 건강식품 지출도 15만원에서 5만원으로 줄였다. 중기 재무목표인 결혼을 위해 월 10만원 납입하던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유지하기로 했다. 단, 두달 후 일을 그만둔 다음에는 월 2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저축 습관을 기르기 위해 정기적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나도 몰랐던 ‘통 큰’ 씀씀이

이렇게 하면 강씨는 카드값 80만원, 건강식품 지출 10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8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에 잉여자금 24만원을 더하면 122만원의 여유가 생긴다. 122만원 중 100만원씩 두달간 CMA에 저축하기로 했다. 두달 후엔 퇴직금 400만원이 생겨 총 600만원의 비상예비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강씨가 계획한 이직 준비 기간은 1~2개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넉넉히 3개월치 생활비를 모으게 된 셈이다.

하지만 강씨의 재무포트폴리오는 아직 미완성이다. 이직에 성공하면 달라진 재무상황을 적용해 약국 개국을 위한 장기 플랜으로 수정할 계획이다.

강씨처럼 열심히 일해서 번돈이 줄줄 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돈을 버는데 남는게 없다’ ‘월급이 통장을 스쳐갔다’고 한탄만 한다. 소비패턴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또 평소에 이직이나 휴직 등의 상황에 대비해 비상예비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비상자금을 마련해야 할 경우 향후 재무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송은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yieun2060@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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