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손원영 전 서울기독대 교수

손원영(52) 전 서울기독대 교수는 “지난해 한 기독교 신자가 저지른 불상 훼손은 목사들이 교인들을 잘못 가르친 탓”이라고 말했다. “목사 지망생을 가르치는 신학대 선생으로서 이 일에 책임을 느꼈어요. 그 책임감 때문에 대신 사과하고 불상 회복 모금운동을 벌인 겁니다.” 이 일로 그는 몸담았던 대학에서 쫓겨났다. 학교 측은 그에게 우상숭배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웃종교와 더불어 살아가는 건 기독교 정신과도 부합한다고 봅니다. 사찰에 무단침입해 불상을 훼손하는 게 과연 기독교 정신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손원영 전 서울기독대 교수는 “기독교인의 불상 훼손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웃종교에 손을 내미는 건 성경의 사마리아 사람다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경북 김천 개운사에 60대 남성이 침입해 불상을 훼손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개신교 신자로 당시 경찰 조사에서 “불상은 우상으로, 신의 계시를 받고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이 절에서 멀지 않은 황금성당에도 들어가 성모상을 훼손했다).

이 사건을 언론을 통해 접한 손원영 교수는 SNS(페이스북)를 통해 개신교인을 대신해 사과하고 ‘불당 회복을 위한 모금운동’을 제안했다. 267만원이 걷혔고 이를 전달하려 했지만 “개신교와 불교 간 상호 이해와 종교 평화를 위해 써 달라”며 개운사 측이 고사해 그는 종교 평화 모임인 레페스(REPESㆍReligion and Peace Studies) 포럼에 이 돈을 기부했다.

지난 2월 서울기독대측은 손 교수의 모금운동을 우상숭배 행위로 규정하는 한편 학내 복무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를 파면했다. 생활인에게 파면은 마치 사형과도 같은 것이다. 현직 목사이기도 한 그는 우상 숭배를 했다는 낙인에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목사로서 명예가 손상됐습니다. 파면 조치로, 모금운동을 지지한 다른 기독교인들도 똑같이 우상숭배자라고 판단한 셈이죠.”

그는 학교를 상대로 파면 취소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그의 모교인 연세대 신과대 및 연합신학대학원 졸업생들, 불교계의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은 그의 파면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종교계 및 학계, 시민단체 대표들은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지난 16일 그와 만났다.

✚ 불상 훼손에 대해 대신 사과하고 불상 복구를 위한 모금운동을 벌인 목적이 뭔가요?
“기독교의 이름으로 신자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서 처음엔 부끄러웠고 나중엔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불상을 회복해 주자는 제안을 하게 됐죠.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개운사의 재산 피해 규모가 1억5000만~2억원에 이릅니다. 모금으로 조금이라도 돕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기독교 신자를 포함해 이 제안에 반응을 보인 페친의 90% 이상이 모금을 격려했습니다.”

✚ 모금 운동으로 어떤 효과를 거뒀다고 보나요?
“교회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떤 면에서 그동안 공공성을 등한시했다고 봅니다. 종교 간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입니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종교가 건강해야 합니다.”

✚ 서울기독대의 교단 격인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 총무가 “우리 교단은 정통 보수 신학을 가르치는데 불상은 우상 숭배로 볼 수 있다”고 했고, 파면에 앞장선 이강평 총장은 손 교수더러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의 교단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기독대는 보수주의 신학을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환원운동(restor ation movement)을 하는 곳이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되는 기독교의 본질, 기독교가 잃어버린 예수의 참정신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다시 세우는 운동이죠. 한마디로 예수, 성서, 초대교회로 돌아가는 운동입니다. 환원운동의 구호가 ‘본질에는 일치(unity)를, 비본질에는 자유(liberty)를, 그리고 모든 것에는 사랑(charity)으로’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사랑의 실천’이어야 합니다. 환원운동을 한다면 종교의 이름으로 복음의 본질과 무관한 것들을 누릴 신자의 자유를 제한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대학의 정체성은 보수주의 신학이 아니라 환원운동입니다. 저는 기독교의 정통 신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개운사 사건에 대해서도 그리스도의 정신을 추구했습니다.”

✚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불상을 우상으로 보지 않나요?
“불상은 종교적 상징물입니다. 개신교의 십자가 목걸이, 가톨릭의 성모상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심벌이라는 거죠. 반면 우상은 피조물을 조물주 하나님처럼 떠받들 때, 유한한 것들에 무한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할 때 탄생합니다. 돈이나 명예를 하나님처럼 여기면 우상이 될 수 있고, 불상을 하나님처럼 섬긴다면 그땐 우상이 되는 거죠.”

✚ 근본적으로, 신자가 다른 신자에게 '우상 숭배를 했다'고 낙인을 찍을 수 있나요?
“조심스럽지만 오랜 기독교 흑역사의 잔재라고 봅니다. 저에게 그런 혐의를 뒀다면 서로 토론하고 다른 신학자들 이야기도 들어 봤어야죠. 자기들의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댄 후 우상 숭배라고 규정한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 손 교수는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종교가 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 이번 파면 결정은 신앙 양심을 침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기독교 신앙과 신앙 양심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봅니다. 바울도 예수가 없었던 시대의 사람들은 양심에 따라 구원 받는다고 했습니다. 일부에서 신앙은 양심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양심은 중요한 하나님의 법이고, 기독교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 시민대책위 측은 파면 결정으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누구나 헌법에 따라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민주 국가의 모든 국민은 스스로 종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죠. 학교 측이 저의 파면으로 우리 사회의 이런 신념체계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점에서도 헌법에 대한 교육과 공부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파면 결정엔 그와 이 총장 간의 앙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은 과거 비리 혐의로 물러났다가 2013년 무죄 선고를 받고 복귀했다. 학교 이전 부지를 편법으로 매입한 후 땅값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으려 한 이 사건으로 서울기독대는 2015년 교육부가 작성한 퇴출 대상 대학 명단에 포함됐다. 당시 땅값은 10배 가까이 부풀려졌고 이른바 업 계약서가 작성됐다. 이 일로 학생의 70%가 자퇴서를 썼고 이를 지켜본 그를 포함해 다섯명의 교수가 총대를 멨다. 이때 문제적 발언을 한 다섯명 중 그를 제외한 나머지 네명이 최근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결국 다섯명 전원이 방출된 셈이다. 이들도 학교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학교 측은 앞서 감리교 목사인 그에 대해 소속 교단을 그리스도의교회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학교와 타협하기 위해 교단을 바꾸려 하자 이번엔 배우자도 소속 교단 변경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한 것이 이번에 학교가 징계 사유로 꼽은 성실성 의무 위반 항목에 포함됐다. 갈등을 빚은 교수와 배우자에게 교단 변경을 요구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종교인들이 종교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다.

“개운사 불상을 훼손해 감옥 간 그 사람의 죄는 목사들이 잘못 가르친 탓입니다. 목사 지망생을 가르치는 신학대 선생으로서 책임을 느꼈어요. 그 책임감 때문에 모금운동을 벌인 겁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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